안철수, 박원순 작심비판하고 범야권에 서울시 연립정부 제안

입력 2020-12-21 11:2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1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페미니즘 정치인을 자부하고 서울시에 젠더특보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본인은 말과 행동이 달랐다”며 “권력으로 딸 나이인 여성의 인권을 짓밟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기대도 없었겠지만, 자신의 말과 180도 다른 파렴치한 행동으로 1000만 시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배신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가 박 전 시장의 과오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안 대표가 전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결자해지’를 언급했던 만큼, 자신의 과거와 확실히 결별하기 위해 비판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2011년 당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해 사실상 박 전 시장의 당선에 기여했다.

안 대표는 또 “전임 시장의 문제는 문재인정권 문제와 쌍둥이다. 서울의 해법은 대한민국의 해법이 될 수 있다”며 범야권 연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서울시 집행부를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로 꾸리겠다는 구상을 제시하면서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80석 거대 여당이 할 수 있고, 잘하는 게 헌법정신을 짓뭉개고 내 편이 아니면 적대시하는 것밖에 없어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 이르게 됐다”며 “자신들의 독선과 오만에서 안 대표의 출마 이유를 찾아야 답이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정부·여당을 겨냥해 유신정권 때 전횡을 일삼은 차지철 경호실장까지 소환했다. 그는 “70년대 후반, 몰락으로 치닫던 유신정권의 중심에는 인의 장막을 치고 민심을 왜곡시킨 차지철 경호실장이 있었다”며 “지금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 차지철 경호실장들만 보인다”고 직격했다. 이어 “과잉 충성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반칙 인생을 살면 대깨문들이 다음 총선 공천 확정 도장이라도 미리 찍어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역사의 교훈을 잘 새겨봐야 한다”며 “결국 들불처럼 번지는 민중의 분노와 부마항쟁의 새로운 기운을 제대로 못 읽고 궁정동의 비극을 잉태했다”고 경고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