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2·사진)이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과 최근 접촉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곧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밀접 접촉자는 이들 외에도 다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프랑스 정부는 물론 유럽 지도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CNN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그러면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지침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 역시 7일간 격리에 들어간다”면서 “대통령 직무는 원격으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정 운영과 관련된 업무는 정상적으로 진행하지만 레바논 방문 등 외부 이동이 필요한 일정은 취소될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은 밀접접촉자를 추적해 감염이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 정상으로는 세 번째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과 10월 각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성공적으로 회복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접촉이 잦은 장 카스텍스 총리는 양성 판정은 받지 않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카스텍스 총리는 이날 상원에서 발표하기로 예정돼있던 프랑스 정부의 백신 정책 브리핑을 코로나19로 인해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됨에 따라 그와 지난 며칠간 접촉한 외국 정상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CNN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를 만나 점심식사를 했고 내각 회의에 참여했다. 사흘 전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함께 오찬에 참석했다. 산체스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확진 소식에 공식 활동을 바로 중단하고 1주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국제기구들의 유력 인사들도 마크롱 대통령의 접촉자로 분류되며 감염 위험권에 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피터 마우러 적십자회장을 포함한 다수 인사들과 모임을 가졌다. 14일 점심에는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과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EU 대변인은 이날 미셸 상임의장이 프랑스 당국으로부터 밀접 접촉자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마크롱 대통령이 11일 이전에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돼 있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지난 10~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는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등 EU 25개국 지도자가 참석했다.
로이터통신은 EU 정상들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회의 도중에는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은 만큼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최악의 경우 유럽 지도부 전체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