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임박한 文-尹…“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던 文의 시간

입력 2020-12-16 17:04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관계가 결국 파국의 문 앞에 섰다. 문 대통령은 파격을 거듭하면서 직접 발탁했던 윤 총장을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징계해야 하는 기묘한 상황에 직면했다. 징계 사유와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격렬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문 대통령도 정치적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6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제청하는 대로 문 대통령이 재가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짧은 입장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법(검사징계법 23조)에 징계위 결정이 나면 대통령은 집행한다고 돼 있다. ‘그대로 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법무부의 제청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결정한 대로 정직 2개월 징계를 그대로 집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손으로 임명한 검찰총장을 징계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은 불가피해졌다.


불과 1년 5개월 전만 해도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파국은 예측조차 하기 어려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 임명장 수여식 당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윤 총장”이라고 두 번 호명했고, “기대가 크다”는 말도 세 차례 했다. 다만 윤 총장은 임명장을 받으며 “지금 지내온 것보다 더 어려운 일들이 많이 놓일 거라고 그렇게 말씀을 하지만 늘 어떤 원칙에 입각해서 마음을 비우고 한발 한발 걸어 나가겠다”며 “헌법과 국민을 생각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고속승진한 특수통 검사였다. 윤 총장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을 거듭했다. 그러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인 2017년 5월 대전고검에 있던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했다. 이후엔 또다시 다섯 기수를 뛰어넘어 검찰총장으로 파격 임명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나서면서 여권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수사 등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해 내내 침묵했지만, 윤 총장은 ‘대통령의 뜻’을 들며 여권 압박에 맞섰다. 윤 총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대통령께서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지키며 소임을 다하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정직 2개월로 마무리되더라도 ‘총장 찍어내기’ 등 정치적 후폭풍은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징계 과정이 절차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절차적 논란에도 윤 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이를 집행해야 하는 문 대통령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다음 달이면 임기 5년차를 맞게 되고, 윤 총장은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어 정치적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