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 ‘레전드’ 파올로 로시 별세

입력 2020-12-10 16:19
1982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슈팅을 시도하는 파올로 로시(오른쪽)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적인 골잡이 파올로 로시가 별세했다. 향년 64세.

풋볼이탈리아 등 현지 매체들은 10일(한국시간) “1982년 월드컵 득점왕이자 발롱도르 수상자인 로시가 우리의 곁을 떠났다”며 부고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시는 오랜 기간 지병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시의 부인인 페데리카 카펠레티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생전 로시와 찍은 사진과 함께 ‘영원히(Per sempre)’라는 글을 남기며 로시의 사망을 확인했다.

로시는 1973넌 데뷔해 1987년 은퇴할 때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 코모, 비첸자, 페루자, AC밀란, 헬라스 베로나에서 뛴 이탈리아의 레전드다. 현역 시절 동안 독일의 레전드 공격수 게르트 뮐러와 비견되는 다재다능한 재능과 골 결정력을 선보이며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로시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던 건 월드컵 무대 활약을 통해서였다. 로시는 처음 출전한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신성’으로서 팀 공격을 이끌며 실버볼을 수상했다. 주가를 높이던 로시는 도박 스캔들로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는다. 1980년 밀란, 라치오, 볼로냐, 페루자 등 여러 구단이 연루된 ‘토토네로 스캔들’이 터졌고, 로시는 뇌물 수수 혐의로 3년 자격 정지를 받는다.

출전 정지로 1980년부터 1982년까지 단 3경기만 출장했던 로시는 극적으로 대표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활약을 펼쳐 커리어를 극적으로 반전시켰다.

로시는 2차 조별리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헤트트릭을 달성히며 이탈리아의 3대 2 승리를 이끈다. 당시 브라질은 지쿠, 소크라티스 등 전설적인 선수들을 앞세워 조별리그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까지 무찌르며 24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던 팀인데, 로시가 홀로 이를 격파한 것. 이어진 준결승 폴란드와의 경기에서도 로시는 멀티골 활약으로 폴란드를 2대 0으로 패배시켰고, 서독과의 결승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으며 3대 1 승리를 견인해 이탈리아의 통산 3번째 월드컵 우승을 자신의 능력으로 결정지었다.

스페인 월드컵 마지막 3경기 6골로 우승을 이끈 로시는 대회 최우수선수(골든볼)와 득점왕(골듴부츠)을 동시 석권했다.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차지한 선수는 월드컵 역사에서 가린샤, 마리오 켐페스, 그리고 로시까지 단 3명 뿐이다. 로시는 여기에 발롱도르까지 거머쥐어 1982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로시의 A매치 통산 기록은 48경기 20골이다.

로시는 이후 클럽에서도 세리에A 우승 2회, 유로피언컵(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을 차지한 뒤 부상 여파로 31세의 나이에 은퇴했다. 이후엔 축구 해설가 등으로 활동하며 여생을 보냈다. 세계 축구는 마라도나가 별세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축구 레전드를 떠나 보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