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영화관의 ‘강제된 변신’…드라마 틀고, 시 낭독하고

입력 2020-11-15 14:23 수정 2020-11-15 14:2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는 오프라인 영화관의 존재 의미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영화관은 이제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을 넘어 드라마 등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자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활로를 모색 중이다.

먼저 국내 최초로 드라마 시리즈가 극장에서 릴레이 상영된다. 영화업계 3위인 메가박스는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메가박스 코엑스·신촌·동대문·목동·백석·하남스타필드점 등 6개 지점에서 ‘배드 지니어스 더 시리즈’를 상영하기로 했다.

‘배드 지니어스 더 시리즈’는 2017년 아시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배드 지니어스’를 드라마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온갖 부정행위로 시험 성적을 올려주고 돈을 버는 천재 소녀 린과 공범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물로 영화는 2017년 뉴욕 아시아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화제작이다.

이번 릴레이 상영회에서는 총 12개의 에피소드를 각 2편씩 묶은 6개 섹션을 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서 영화 콘텐츠가 아닌 드라마 시리즈가 영화관에서 정규 상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장을 광범위한 콘텐츠 유통의 창구로써 활용하겠다는 계획인 셈인데 실제 큰 스크린과 양질의 음향 장비를 갖춘 영화관은 기존 제작된 콘텐츠에 새로운 감상을 더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올해로 100주년이 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 실황 등 클래식 공연을 스크린에 옮기는 작업을 앞서 선보였던 메가박스는 “이번 드라마 시리즈 상영이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영화관에 복합문화공간의 이미지를 덧입히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관을 문화장소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드문드문 있었지만, CGV는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오는 27일 시 낭독회 ‘시집이(CGV) 오다!’를 진행한다. 앞선 13일 북토크 ‘나는 여성, 영화인이다’에 이어 진행되는 문화행사인 ‘시집이 오다!’는 김승일 시인과 주영헌 시인이 참여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최근 김 시인은 첫 시집 ‘프로메테우스’를, 주 시인은 두번째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출간했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서는 시 낭독·해설과 함께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연주도 함께 곁들여진다.

이 같은 영화관 변신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가 있다. 팬데믹으로 국내외에서 영화 제작과 유통이 어려워지면서 영화관의 콘텐츠인 영화의 공백이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 굵직한 작품들은 대부분 개봉을 연기했고 중형급 영화들은 줄줄이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직행하는 중이다. 노는 상영관을 활용하려 CGV 등 멀티플렉스들은 올 초 영화관 1개관을 통째로 빌려서 영화를 보는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영화관의 예정된 변화를 코로나19가 부추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관이 콘텐츠·관객 부재를 해소하는 방법으로서 다양한 고민을 하는 과정”이라며 “원래도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신선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젠 ‘생존’을 위한 새로운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