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2)가 처음으로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단독 선두 더스틴 존슨(36·미국)을 4타 차이로 추격한 공동 2위에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다. 지금의 순위만 유지해도 한국인 최고 성적인 최경주(50)의 2004년 3위를 넘어설 수 있다.
임성재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파72·7475야드)에서 끝난 2020-2021시즌 PGA 투어 제84회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중간 합계는 12언더파 204타. 임성재는 캐머런 스미스(호주)·아브라함 앤서(멕시코)와 함께 공동 2위에 있다. 하루 전보다 순위를 4계단이나 끌어올렸다.
리더보드에서 임성재의 위에는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인 존슨만 있다. 존슨은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5개로 7타를 줄여 중간 합계 16언더파 200를 썼다. 54홀(3라운드) 기준으로 조던 스피스(미국)의 2015년 최소타 타이기록이다. 지금까지의 기량만 놓고 보면 존슨의 우승이 유력하다. 존슨은 2016년 US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2번째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다.
하지만 임성재의 상승세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임성재는 전날 1라운드의 잔여 11개 홀과 2라운드 전체 18개 홀을 모두 소화하면서 순위를 공동 6위로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한국 선수 사상 최초로 그린재킷을 입게 된다. 이 경우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에 이어 아시아 선수 사상 두 번째로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다.
준우승만 해도 한국 선수의 마스터스 최고 성적인 최경주의 2004년 3위를 뛰어넘는 성적이다. 이제 최종 4라운드 18개 홀만이 남아 있다. 데뷔 시즌인 2018-2019시즌에 아시아 국적 선수 사상 최초로 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임성재가 또 하나의 역사를 쓸지 주목된다.
임성재는 3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에게 잘 맞는 코스 같다. 어릴 때부터 TV 중계를 시청해와서인지 익숙한 느낌도 든다. 실수하지 않고 꾸준하게 경기하면서 기회 때 버디를 잡겠다. 원하는 대로 경기하고 싶다”며 “한국에서 밤샘 응원을 하는 팬들에게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골프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앞서 열린 83차례의 마스터스에서 4차타를 추월해 우승한 선수가 10명이라고 보도했다. 가장 최근의 4타차 역전 우승자는 2011년 샬 슈워츨(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지난해 4월 마스터스에서 우승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날 버디와 보기를 2개씩 맞바꿔 이븐파를 치고 중간 합계 5언더파 211타를 기록했다. 공동 20위에 머물러 사실상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