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레임덕… 법원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폐지는 무효”

입력 2020-11-15 11:53 수정 2020-11-15 14: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백악관의 백신개발팀인 '초고속 작전팀'의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하며 승리를 굳힌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정책의 일환으로 폐지를 추진한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제도(DACA)’가 부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던 ‘이민개혁’ 수단인 DACA 폐지가 무산되며 임기 말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뉴욕연방법원은 14일(현지시간) DACA의 폐지 및 축소를 무효로 하고 종전에 준하게 제도의 모든 기능을 되살리도록 명령했다.

DACA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만들어진 행정명령으로 유년 시절부터 불법체류자의 자녀로 미국에서 살아왔으나 합법적 체류 인정을 받지 못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시행됐다.

DACA 수혜자로 지정된 이들은 16세 이전에 미국에 들어왔을 경우 31세까지는 추방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에 다닐 수 있다. 시민권을 받을 수는 없지만 2년마다 노동허가증(work permit)을 갱신받아 일할 수 있고 대학에서 공부할 수도 있다. 이 제도는 2012년 이후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계속해서 연장돼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9월 DACA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하며 이에 반발한 미 전역의 수혜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3년에 가까운 지루한 법정 싸움은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DACA 폐지를 정당화할 적당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며 폐지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고 판단함으로써 종지부가 찍히는듯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달인 지난 7월에는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이 DACA 수혜자의 갱신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절반 축소하고 새로운 지원자를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DACA를 폐지 수순으로 이끈 것이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울프 장관대행의 명령이 적법했는지를 따지는 것이었다. 법원은 “울프 장관대행은 DACA 축소 조치를 내릴 당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면서 “축소 명령을 무효로 하고 2012년 제도가 신설될 당시에 준하게 제도를 다시 시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을 내린 니콜라스 가로피스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 빌 클린턴이 임명한 판사다. 반면 울프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지명한 인물이다.

특히 DACA는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첫날 ‘오바마 정부 수준으로’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대선에서 중요한 의제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밀어온 ‘이민개혁’의 대표격인 DACA 폐지가 무산되며 이미 미국에서는 ‘트럼프 지우기’ 물결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