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수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캠프가 4일(현지시간)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개표 중단 소송과 재검표 요청 작업에 돌입했다. 개표 막바지에 이르러 패배색이 짙어지자 개표 방식을 문제 삼아 승부를 뒤집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이날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조지아주에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위스콘신주에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위스콘신주 법에 따르면 득표 격차가 1% 이내일 때 각 후보는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캠프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의미 있는 접근이 허용될 때까지 개표를 중단해 달라는 소송을 미시간 법원에 제기했다”면서 “우리는 또한 의미 있는 접근을 하지 못하는 동안 개봉되고 개표된 투표용지들에 대한 검토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소송과 재검표 요구의 대상이 된 주들은 전부 마지막까지 양 후보 간 치열한 접전이 이뤄졌거나 이뤄지고 있는 곳들이다. 5일 오전 1시 기준 99% 개표율을 보이는 미시간과 위스콘신주는 각각 2.5% 포인트와 0.7% 포인트 격차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지만 남아있는 우편투표지 개표가 시작되면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14명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확보한 264명에 크게 뒤진다. 남아있는 경합주 중 단 하나라도 빼앗기면 바이든이 ‘매직넘버’ 270석을 달성해 트럼프의 패배가 확실시된다. 이미 투표가 종료된 지금 트럼프로서는 소송으로 변수를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작업이 의미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 자신조차도 소송전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측근에 따르면 트럼프는 개표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지만 최종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어째서 선거 이전에 투표·개표 작업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하지 않았느냐”며 법률팀을 질책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정은 그가 올린 트윗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 캠프의 변호사들은 ‘의미 있는 접근’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대통령 선거와 제반 체계의 무결성은 이미 타격을 입었다. 이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소송의 대상이 된 주들은 트럼프의 주장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소송 작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펜실베이니아주는 트럼프 캠프의 소송을 두고 “개표 작업을 방해하는 모든 행동에 적극적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조셀린 벤슨 미시간주 국무장관은 “개표 중단 소송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트럼프 캠프는 유권자들에게 선거 절차의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심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소송으로 시간끌기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돌발행동을 벌일 가능성도 관측된다.
뉴욕타임스는(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더라도 내년 1월 20일 새 대통령 취임 때까지 76일이 남아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자신의 힘을 사용하고 자신의 적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76일 남았다”고 우려했다.
NYT는 그러면서 “패배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과 정부 최고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을 포함해 자신의 말에 역행한 다양한 고위 관리들을 해고하거나 비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