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잰 오르테가에 ‘좀비’ 나올 기회도 없었다…전원일치 ‘판정패’

입력 2020-10-18 10:51 수정 2020-10-18 11:20
'코리안 좀비' 정찬성(오른쪽)이 판정패한 뒤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맞절로써 화해하고 있다. UFC 인스타그램 캡처

‘코리안 좀비’ 정찬성(33·코리안좀비MMA)이 UFC 페더급 타이틀 샷 바로 직전에 브라이언 오르테가(29·미국)에 무너졌다. 복싱 거리 밖에서 영리한 킥과 카운터 전략을 들고 나온 오르테가의 경기 운영에 ‘좀비’ 같은 타격전을 펼칠 기회도 잡지 못했다.

정찬성은 1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야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180 메인이벤트에서 오르테가와 맞대결을 펼쳐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맥스 할로웨이(29·미국)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수많은 펀치를 허용하고 패했던 오르테가는 22개월의 공백기 동안 완전히 달라진 움직임을 장착했고, 정찬성은 경기 내내 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1라운드에서 정찬성과 오르테가는 큰 움직임 없이 서로 노려보며 탐색전을 펼쳤다. 두 선수는 간간이 잽과 낮은 레그킥을 주고받았다. 오르테가는 킥으로 거리를 잡은 뒤 기회를 노려 왼손 스트레이트를 묵직하게 뻗었다. 그런 가운데 정찬성의 킥 타이밍 때 오르테가가 왼손을 적중시키면서 정찬성의 중심이 무너져 쓰러지는 상황도 만들어졌다.

2라운드 들어서면서 정찬성은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거리를 좁혀 오르테가의 안면에 연속적으로 데미지가 있는 펀치를 적중시켰고, 특히 강력한 어퍼컷이 적중했다. 또한 주짓수에 일가견이 있는 오르테가의 테이크 다운 시도는 성공적으로 방어해 냈다.

2라운드 단 30초 남긴 상황이 아쉬웠다. 정찬성이 오르테가 쪽으로 돌진할 때 오르테가는 카운터 백스핀 엘보우를 정찬성의 턱에 적중시켰고, 정찬성은 바로 데미지를 입고 다운됐다. 정찬성은 오르테가의 공세에도 균형을 잡고 일어났지만, 이 공격 허용으로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까지 오르테가에 우세를 내준 불리한 상황이 됐다.

오르테가에 펀치를 허용하는 정찬성(왼쪽)의 모습. UFC KOREA 인스타그램 캡처

3라운드에서도 별다른 공격을 적중시키지 못한 정찬성은 4라운드부터 오르테가에 적극적인 압박을 이어갔다. 오르테가에 번번이 카운터를 허용하며 왼쪽 눈썹 부분에 피를 흘리면서다. 하지만 판정에서 우위를 점한 오르테가는 전면전을 허용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리를 유지했다. 뒤로 물러나며 펀치와 킥을 던졌고, 이게 오히려 효과를 봤다.

결국 정찬성은 납득할 수밖에 없는 패배를 당했다.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2·호주)와의 타이틀전을 치를 선수도 오르테가로 정해지게 됐다. 오르테가는 경기 뒤 “볼카노프스키와의 타이틀전이 준비 됐다”고 밝혔다.

‘트래시 토킹’에 대한 말다툼으로부터 시작해 오르테가가 정찬성 소속사 대표이자 통역인 박재범의 뺨을 때리면서 최고조에 올랐던 두 선수의 갈등은 이날 경기 뒤 정찬성이 가볍게 오르테가의 뺨을 때리며 포옹하고, 서로 맞절을 함으로써 마무리됐다. 하지만 전면전도 펼쳐보지 못하고 패배한 뒤 이뤄진 화해가 못내 아쉬워보였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