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여정 떠나는 현대차그룹…‘정의선 시대’의 성과와 과제

입력 2020-10-14 15:43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신임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시대’ 개막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불안정한 경영환경이 찾아오면서 앞당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신속한 경영체제 개편을 통해 미래차 시대의 성장 기반을 선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본격화하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정의선 회장은 그룹은 물론 업계와 재계 안팎에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미래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왔다. 회장 취임 후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동차산업의 지배력을 선점하기 위한 미래차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주도했다.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해 G70·80·90, GV80과 70(출시 예정) 등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고성능 브랜드 N라인도 정 회장이 현대차의 동력 성능을 증명하기 위해 애정을 갖고 출범한 사례다.

그는 외국인과 여성 임원의 비율을 높이고 외부 인재를 수혈하는 등 혁신을 위해 과감한 인재 영입도 서슴치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본격적인 연구개발과 사업 추진 단계에 돌입했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등 미래차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협업도 이어왔다. 현대차그룹은 올 3월 앱티브와 공동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2023년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신형 전기차를 연이어 출시한다. 이를 위해 정의선 회장은 최근 삼성, LG, SK의 총수들과 차세대 배터리 분야 협업을 논의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7월 청와대의 '한국형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미래 모빌리티 관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수소산업 생태계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판단하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은 선박이나 열차, 도심형 항공기, 빌딩, 발전소 등 일상의 모든 영역과 군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수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엄중한 도전을 앞둔 시기에 정의선 체제를 맞이했다. ICT 업체의 자동차 산업 진입으로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에서 탈피해 미래차 기술을 확보해야만 하는 생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친환경차 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거세졌다.

당장 눈앞에 놓인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경제는 올해 말까지 4.5%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초 확산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29.5%, 47.7%씩 감소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의 취임은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