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거들떠보지 않던 ‘태백산맥’ 개정 위해 30년 만에 첫 정독”

입력 2020-10-12 16:05 수정 2020-10-12 18:07
소설가 조정래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때부터 소망이 뭐냐고 물으면 글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지금도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쓰고 가다가 죽는 거 그것처럼 아름다운 작가의 삶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197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 조정래(77)가 등단 50주년을 맞아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개정판과 신작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출간했다. 그는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0년 문학 인생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문학 외에 사회, 후배 작가에 대한 ‘쓴소리’도 거침 없었다.

조정래는 50주년 기념으로 대하소설 세 작품 개정판을 새로 펴냈다. 평소 새 작품을 쓰는데 매진하기 위해 “이전 작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조정래는 이를 위해 ‘태백산맥’을 89년 완간 이후 처음으로 정독했다. “30년 세월과 함께 읽어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내가 이렇게 썼나’ ‘왜 이 부분 이렇게 썼지’하는 감정 속에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나갔다.” 그는 “퇴고 수준으로 정리했다”며 “출판사에 넘기면서 ‘고친 게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함께 출간한 산문집에 대해선 독자 105명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썼다. 2009년 나온 ‘황홀한 글감옥’이 대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면 이번 산문집은 남녀노소를 모두 포괄한다. 조정래는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조정래가 누구인가 하는 전 생애의 이야기를 알 수 있도록 엮었다”고 설명했다.

문학인생 외에 한·일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2007년 자신의 ‘아리랑’을 두고 “학살의 광기와 거꾸로 통하는 광기로 가득찬 소설”이라고 비판한 ‘뉴라이트’ 학자 이영훈 전 교수를 “신종 매국노”라고 다시 비판했다. 그러면서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 유학 갔다 온 사람은 무조건 친일파, 민족 반역자가 된다”며 “일본 편들고 왜곡하는 그 자들을 징벌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에 제가 적극 나서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정래는 최근 노벨문학상 발표와 관련한 질문엔 “세계적 문학상 중 가장 정치적인 상이다”며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그에 연연하는 건 안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후배작가들에 대해선 1인칭 소설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한자 사람 인(人)을 만들어 보인 후 “서로 서로 의지하고 기대는 것이 인간사회의 삶”이라며 “인간사회의 희로애락을 그리기 위해선 많은 인물을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1인칭 장편소설에 대해선 ‘불구’라고 비판했다. “1인칭 소설은 단편은 가능할지 모르나 2명 이상 3명 이상 나오는 장편으로는 쓸 수 없다. 그렇게 쓰여진 장편은 불구이다. 1인칭 장편을 쓰는 후배들을 격려할 수 없다. 그들은 불구의 작가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인간 본질에 관한 장편소설을 3권 낸 후 더 이상 장편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소개했다. 장편소설을 끝낸 후에는 단편소설 50편, 수필을 5~6권 쓸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