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물타기?… 이재명 “정유라가 말한 사회, 진행형”

입력 2020-09-14 09:06 수정 2020-09-14 10:03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사진)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언급하며 “‘돈도 실력’인 사회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아들 군 휴가 특혜 청탁 의혹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관련 논란에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지사는 13일 페이스북에 한 언론의 은행권 채용비리 이후 추적보도를 공유하며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 지난 2016년 온 국민을 거리로 나오게 한 정유라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 지사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절망감을 이 한마디 말만큼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까. 고상한 말로 하면 ‘세습 자본주의’ 사회”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분, 별반 새롭지 않다며 체념하며 보신 분, 특권층처럼 자식에게 해줄 수 없어 못내 가슴을 쓸어내린 부모님들도 계시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유독 최근에만 많아진 것은 아닐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1987년 민주화와 두 번의 민주 정부를 거치며 상당 부분 공정한 사회가 된 것도 맞지만 그때와 달리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시대에는 한 번의 불공정이 미치는 기회의 불균형이 너무도 큰 격차와 정서적 박탈감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논란에서 청년들이 보였던 분노의 기저에는 신분제에 가까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제가 생각하는 국민들의 요구는 크게 어렵지 않다. 우선 기본부터 잘하라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공정성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리가 발견되었다면 그에 따른 분명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게 기본”이라며 “논란이 되니 잠깐 고개 숙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식으로는 한국 사회에 희망 없다”고 했다.

해당 글은 은행권 채용비리를 주제로 쓴 것이지만 추 장관 사태와 겹쳐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다. 앞서 이 지사는 추 장관 논란과 관련해 “대체로 침소봉대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추 장관을 엄호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0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확히 몰라 잘했느니 못했느니 말씀 못 드린다”면서도 “제가 평생 마녀사냥을 당해온 사람이어서 대체적으로는 침소봉대들이거나 좀 팩트와 벗어난 것들이 많더라는 제 개인적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결국 공정의 가치를 내버리면서 친문(친문재인)의 아부꾼이 되고 있다”며 “의대생들에게 특혜는 절대 안 된다는 이 지사가 추미애 장관 문제는 침소봉대되었고 특혜는 없었다며 편을 들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지사의 장점은 불의와 특혜를 보면 그 대상이 친문 권력이어도 싸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최근 통신비 2만원 효과 등 슬슬 친문의 눈치를 보며 쉽게 말을 바꾸더니 이제는 대놓고 추 장관 지키기에 나서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