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블루’마저도…슈퍼매치 승점·자존심 다 잃은 수원

입력 2020-09-13 20:11
수원 삼성 염기훈(오른쪽)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0라운드 FC 서울과의 원정 경기에서 상대 윤종규를 가로막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리얼블루’ 박건하 감독도 좋지 않은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했다. 강등 위기에 빠진 K리그 명문 수원 삼성이 박건하 신임감독 부임 뒤 첫 경기인 라이벌 FC 서울과의 ‘슈퍼매치’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수원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0라운드 서울과의 경기에서 서울 한승규에게 중거리 결승골을 얻어맞고 2대 1로 졌다. 결과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좀처럼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경기로 서울은 최근 18경기 전적 10승 8무로 압도적 우세를 이어갔다.

이날 박건하 감독의 지휘 아래 수원은 의도적으로 측면에 방점을 둔 라인업을 내놨다. 수비의 축 헨리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양상민과 민상기 조성진이 스리백을 형성했고 양쪽 윙백으로 나선 김민우와 장호익은 깊숙히 전진했다. 경기 초반 왼측면에 나선 염기훈과 김민우의 호흡으로 흐름을 잡아나갈 때만 해도 이 전략은 먹히는 듯했다.

서울은 반대로 전진한 수원의 측면 뒷공간을 노렸다. 오른쪽 날개로 나선 조영욱에게 후방에서 계속해서 찔러주는 패스가 들어가면서 수원의 허를 찔렀다. 몇 차례 조영욱에게 공간을 허용하던 수원은 결국 전반 6분 오른 측면으로 파고든 조영욱이 올린 낮은 크로스를 조성진이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기록했다.

반격에 나선 수원을 구해낸 건 유망주 김태환이었다. 전반 17분 공격 작업 중 측면에서 넘어온 공을 받기 위해 몸을 내민 김태환을 서울의 정한민이 무리하게 잡아내려다 발을 거는 동작이 나왔다. 키커로 나선 염기훈은 서울 양한빈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며 골문 왼쪽 아래로 공을 차 넣었다. 본인의 수원 소속 70번째 골이었다.

이후 다소 힘빠진 양상으로 전개되던 경기는 후반 시작과 함께 달라졌다. 서울이 기성용과 박주영을 한꺼번에 투입한 뒤 후방에서 공이 돌아가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오스마르와 함께 후방에서 패스길을 열어주기 시작한 기성용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공세를 퍼붓던 서울은 결국 후반 결승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후반 15분 수원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에서 공을 잡은 한승규가 빙글 돌아서며 수비를 벗겨낸 뒤 시도한 중거리슛이 그대로 양형모 골키퍼의 키를 넘기며 골망에 들어갔다.

수원은 측면에서 김태환의 분전이 그나마 돋보였으나 나머지 영역에서는 상대 압박이 느슨해진 후반에 이르러서도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반 조성진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교체카드를 소진했기에 후반 변화를 쉽게 줄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 박건하 감독 역시 경기 뒤 인터뷰에서 “계획한 교체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원은 이날 경기에서 공격 미드필드 수비의 각각 핵심 축인 타가트와 고광민, 헨리가 모두 부상으로 명단에 들지 못했다. 다음 경기인 16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가 워낙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박건하 감독의 고심이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건하 감독은 “해당 선수들이 돌아와 주축이 되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굉장히 고민 중”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타가트와 고광민의 경우 조만간 복귀를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선수들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남은 선수들로 잘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