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화상회의’로 생산성 지켰다는데...근무자는 “눈치 보기 착시효과”

입력 2020-09-13 12:23
매출 100대 기업 재택근무 시행 현황. 경총 제공

반년 넘게 지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재택근무가 일상으로 자리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유지되는 업무 생산성을 두고 시스템 구축의 성공으로 분석하는가 하면 시스템이 새로운 ‘상사’로 자리해 눈치 보기의 ‘착시효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69개의 응답 기업 중 88.4%가 사무직에 한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계획을 확정해 시행 예정인 기업까지 포함하면 91.3%가 재택근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재택근무로 인한 업무 생산성 변화는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 담당자의 72.3%는 재택근무의 업무 생산성이 정상근무 대비 80%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70% 미만이라고 평가한 경우는 10.6%에 불과했다.

이들은 IT 프로그램 활용, 업무·성과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업무 생산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재택근무제를 운영 중인 기업 중 77.6%는 생산성 관리를 위해 협업툴, 메신저 등 소통 인프라 구축을 진행했다. 그 외 근태 및 업무 진행 상황을 기록·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결과 중심의 성과평가 체계를 강화한 곳도 56.9%였다.

반면 실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근무자들은 이를 두고 ‘착시효과’라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시스템이 ‘재택 상사’ 역할을 하면서 ‘눈치 보기’가 심화 된 것이 생산성 향상으로 보이는 착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2개월째 재택근무 중인 전모(30)씨는 “재택근무, 사무실 출근 결정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며 “생산성이 낮아졌다고 하면 사무실 출근을 지시할까 스스로 추가 업무를 하며 업무 강도를 높인다”고 했다. 식품업계에 종사 중인 신모(28)씨는 지난달부터 매일 퇴근 전 업무일지를 작성 중이다. 신씨는 “업무일지의 길이로 생산성을 평가할까 걱정된다”며 “화상회의 프로그램보다 업무일지가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 재택근무 방식. 경총 제공

기업마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구체적 방법은 달랐다.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기업의 44.4%는 2조 또는 3조로 나눠 교대방식으로 근무하거나 출근자 비율을 특정하는 ‘교대조 편성 등을 통한 순환 방식’을 채택했다. 필요인력을 선별하거나 개인의 신청을 받는 곳도 27%였다.

향후 재택근무 활용 현황. 경총 제공

코로나 위기 상황이 해소되더라도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3.2%)은 재택근무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서는 성과 중심의 관리시스템 구축과 기업 내 소통 방식의 개선 등이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봤다. 비대면 상황일수록 성과 중심으로 직원들을 평가해야 인사관리의 공정성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총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자율, 책임·성과에 기반한 수평적인 조직문화의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