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개천절 보수 집회 만류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느냐 아니면 무너져 내리고 마느냐를 가늠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부디 집회를 미루고 국민과 함께 해 주시길 두 손 모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음 달 3일 일부 보수 단체가 개천절 대규모 거리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보수 단체의 8·15 집회 당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참가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의힘도 코로나19 재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김 위원장이 이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포석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에도 김 위원장은 “광복절 집회에 참석하는 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으나 개별 의원들의 참석을 금지하지 않아 정부와 여당의 비판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보수 단체에 유화적인 입장도 함께 내놨다. 김 위원장은 “1919년 스페인 독감으로 13만 우리 동포가 사망하고 온 나라가 공황에 빠진 와중에도 애국심 하나로 죽음을 각오하고 3·1 운동에 나섰던 선조들이 생각난다”며 “가슴이 뭉클하고 정치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죄송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권의 반칙과 국정 파탄의 기억은 지워도 지울 수 없다”며 “절제 있는 분노가 오히려 더 많은 호응과 지지를 받아 국민 속에서 익어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 다른 의원들도 개천절 집회에 불참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제1야당이 많이 부족해서 또다시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도 “또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하게 된다면 오히려 문재인 정권의 방역 실패에 대한 면피할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개천절 집회 이야기가 들린다는 것 자체가 국민과 방역 당국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며 “이번에는 단호한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