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역대 최장 장마가 ‘에너지 전환’을 기치로 내세운 정부의 맹점을 꼬집어냈다. 에너지 전환의 중추인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비중이 가장 큰 태양광의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장마로 인해 평년보다 64.2~81.4%에 불과했던 7~8월 일조시간이 태양광 발전량을 뚝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발전설비 비중이 높아질수록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힘들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을 대폭 높이겠다는 정부 목표에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환경부와 협의 중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전력 공급 체계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발전설비에서 11.0%를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4년까지 40.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액화천연가스(LNG)가 연료인 복합화력발전 비중도 31.0%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기존에 전력 공급의 중추 역할을 했던 석탄화력발전(14.9%)과 원자력발전(9.9%) 비중은 대폭 낮춘다. 15년 안에 국내 발전설비의 71.0%를 보다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전력수급 차원에서 보면 우려를 지우기가 힘들다. 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이 걸림돌이다. 올해 예기치 못했던 장기간의 장마는 불안감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누적 일조시간은 102.9시간에 불과했다. 평년 동월(160.4시간) 대비 64.2% 수준이다. 지난 1~24일 누적 일조시간도 117.5시간에 그치며 평년 동기(144.3시간)와 비교해 81.4% 수준에 그쳤다. 7~8월 태양광 발전량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발전량이 예년보다 급감했을 개연성이 높다.
신·재생에너지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이 문제다. 태양광을 기반으로 생산한 전력량은 올해 상반기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5.8%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많았던 바이오 에너지(19.8%)보다도 6.0% 포인트나 높다. 향후 새만금에 대규모 태양광 단지가 들어서게 되면 이 비중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날씨가 전력 생산량과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한국전력의 ‘2019년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발전 전력량 중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력량은 5.2%에 그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11.0%)에 비해 저조하다. 지난해 누적 일조시간이 2352.8시간으로 평년(2228.0시간)보다 124.8시간 더 많은 상황에서 집계된 수치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태양광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신·재생에너지의 포트 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