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항의” 오사카, 웨스트&서던오픈 준결승 기권

입력 2020-08-27 13:27 수정 2020-08-27 16:25
나오미 오사카의 모습. AFP연합뉴스

“나는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흑인 여성이다.”

두 번이나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 나오미(10위·일본)가 인종 차별에 대한 항의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웨스턴 & 서던 오픈 준결승전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몇 시간 후 WTA 등 테니스 단체들은 대회를 하루 동안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오사카의 항의에 동참했다.

미국 ESPN의 27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WTA는 미국테니스협회(USTA)·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와 함께 이날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WTA 등은 “다시 한 번 미국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훼손한 인종차별과 사회적인 비정의에 맞서기 위해 테니스는 하나의 스포츠로서 집단적인 움직임을 취하려 한다”며 “우리는 웨스턴 & 서던 오픈의 28일 일정을 일시 정지함으로써 이 순간을 기억하고자 한다. 경기는 29일 다시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는 오사카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준결승 기권 의사를 밝힌 뒤 나왔다. 오사카는 이 게시물에서 “나는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흑인 여성이다. 테니스 경기에 참여하는 것보다 즉각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할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며 “테니스 경기를 포기한다고 해서 어떤 급격한 변화가 있을 걸로 기대하진 않지만, 백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스포츠 분야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만 할 수 있다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9세 흑인 제이콥 블레이크는 지난 24일 미국 위스콘신주의 케노샤에서 경찰에 7번의 총격을 당했다. 블레이크는 자신의 8세, 5세, 3세의 아들 3명이 타고 있는 차량의 운전석 쪽 문으로 들어가려다 총격을 받았다. 총격 장면을 담은 비디오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세계로 퍼졌다.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전 세계에서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인종차별 반대 움직임이 일어난 가운데 벌어진 사건이라 미국 사회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오사카는 “흑인을 향한 경찰들의 계속된 집단 학살을 보면서 속이 메스꺼움을 느낀다”며 “며칠에 한번 새로운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에 올라옴에도 불구하고 같은 대화가 계속해서 나오는 게 탈진할 정도다. 언제쯤이면 충분할까?”라고 덧붙였다. 오사카의 게시물이 올라오자 슬로안 스티븐스(27·37위) 코리 가우프(16·50위)를 비롯한 미국 테니스 스타들이 게시물에 댓글을 달며 즉각적으로 동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