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숙원사업인 ‘이천시립화장장’ 최종 후보지가 24일 발표된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지난 7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최종 후보지 발표를 전격적으로 24일로 미루고 여주시와 22일까지 한시적 협의를 내걸었다.
그리고 내건 한시적 여주시와 협의가 협상결렬이라는 예견된 상황과 함께 종결돼 이제 발표만 남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엄 시장이 공언한 가장 민주적인 숙의민주주의 방식의 상향식 의사결정을 통해 후보지를 선정하겠다는 약속이 과연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놓고 첨예한 갈등 양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엄 시장이 혐오시설인 화장장 후보지를 놓고 끈끈한 이웃인 여주시와 원만한 합의를 위해 후보지 선정 발표를 연기한다고 말할 당시에도 기자회견장에 온 이천시 부발읍 3곳 후보지 중 한 곳 주민 A씨는 “정작 7000여명이나 되는 화장장 반대 서명을 받아 시에 제출했을 뿐만 아니라 반대 시위를 지속적으로 벌인 우리는 대화 한 번 응하지 않은 엄 시장이 여주시와 대화를 이유로 발표를 연기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우리를 무시해도 너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 시장이 시민의 목소리인 부발읍 화장장 반대 의견을 먼저 경청해야 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다.
마침내 18일에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이천시청 앞에서 부발읍 주민들 중심으로 화장장 유치 반대 집회가 열렸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열린 집회에는 주민 200여명이 넘게 참석해 ‘수정리 화장장 목숨걸고 결사반대’ ‘죽당리 화장터 결사반대’부터 ‘불통시장 엄태준 밀실행정 이천시청’ ‘엄태준은 여주시장이냐?’ ‘못 살겠다 갈아보자’ 등 엄 시장과 이천시청을 향한 비판이 강도 높게 이어졌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 B씨는 “지난 2월부터 여러 차례 반대 집회에 참석하면서 그때마다 시장 면담을 요청했다”면서 “열린 시장실까지 버젓이 운영하면서 우리 생계와 직결된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위하고 면담도 요청했는데 한 번도 만나 주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부발읍화장장유치반대비상대책위원회와 여주시화장장반대비상대책위원회는 발표가 우려했던 부발읍 3곳 중 한 곳이 결정되면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양승대 부발읍화장장유치반대비대위원장은 “발표만 기다리는 주민도 많다”며 “부발읍 3곳 중 한 곳이 선정되면 더욱 가열차게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부발읍 3곳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오히려 “왜 반대 목소리가 적은 우리 지역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안 되는 쪽으로 공공연히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 대세다.
안평리에 사는 C씨는 “주민 98%가 찬성하고 후보지 응모 6곳 중 시청하고 제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다”면서 “지난달 29일 열린 설명회에서 관계자들이 ‘도로를 만들 필요가 없다’ ‘접근성이 아주 좋다’ 등의 말을 하며 죽당리 등 부발읍 신청지로 몰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의아해 했다.
이어 “설명회 당시 안평리는 39억원이 드는데 죽당리는 9억원만 든다고 관계자가 구체적으로 말했다. 후보지를 이미 내정한 상태에서 우리는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화장장 유치 반대 측은 “왜 반대가 심한데 굳이 이 곳이냐?”로, 화장장 유치 찬성 측은 “유치하겠다는데 왜 비용 타령이냐?”로 엄 시장과 시청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따라서 유치 반대 측의 우려가 현실이 돼 부발읍 3곳 중 한 곳이 선정되면 엄 시장과 시청 관계자들은 곤혹스런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발표 하루 전인 23일 기자가 시청 관계자에게 24일 발표와 관련해 묻자 “발표할때 소란스러워 미리 말해줄 수 없다. 일부 기자만 부르겠다”고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늘어 놓으며 “잘 알지 않느냐? 양해해 달라”고 되풀이 말했다.
시에서도 발표와 함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한편 이천시는 시립화장장 건립을 위해 100억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공모를 통해 후보지 선정을 진행해 왔다.
이천=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