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축출 ‘웅장한 도전’ 시작됐다”…美민주당, 바이든 대선후보 지명

입력 2020-08-19 16:38 수정 2020-08-19 16:58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직후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 뒤에 있는 사람들은 바이든의 손녀들이다. AP뉴시스

미국 대선을 77일 남겨 놓은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AP통신은 “민주당이 트럼프를 ‘축출’(oust)하는 ‘웅장한 도전(epic challenge)’을 위해 바이든을 지명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진심으로 매우, 매우 고맙다”면서 “목요일(20일)에 뵙겠다”고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 예정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공화당은 오는 24∼27일 전당대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한다. 공화·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면 미국은 대선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정치 경력은 화려하다. 그는 6년 임기의 미국 상원의원을 6번 역임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냈다. 바이든은 30세에 상원의원이 됐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6번째 최연소 상원의원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못 이룬 꿈이 있다. 바로 미국 대통령이다. 바이든은 1988년과 2008년에 각각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두 번 모두 민주당 경선도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바이든 입장에선 세 번째 대권 도전인 셈이다.

1942년 11월 20일 생인 바이든은 77세다. 바이든이 대선에 승리해 내년 1월 20일, 78세로 미국 대통령에 취임할 경우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현재 미국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70세였던 2016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바이든은 중도 성향에다 안정감·친화력이 강점이다. ‘오바마의 부통령’이라는 이미지도 자산이다.

그러나 고령에다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이라는 지적은 부담이다. 상원의원이었던 1993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했던 여성에 대해 성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지난 4월에 터져 나오기도 했다. 부인 질 바이든의 전남편이라는 남성이 바이든과 질이 불륜을 저지른 끝에 결혼했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도 악재로 비화될 위험이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는 바이든이 트럼프에 앞서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반(反) 트럼프’ 바람이 바이든의 가장 큰 무기다. 트럼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에다 미국 경제의 침체, 인종 차별 논란 등이 바이든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미국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바이든과 트럼프 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CNN방송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격전지로 분류되는 15개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49%)이 트럼프(48%)를 고작 1%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변수는 트럼프의 거친 네거티브 공세와 대선 후보 TV 토론이다. 바이든이 삐걱할 경우 앞서있는 지지율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백신이 미국 대선 전에 개발될 수 있을지 여부도 미국 대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27일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건물에서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 ‘해치법(Hatch Act)’ 위반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