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김 전 대통령이 ‘행동하는 양심’을 육성으로 언급한 음성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17일 김 전 대통령이 육성으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고 연설한 음성 자료를 공개했다. 약 185분 길이의 연설 중 ‘행동하는 양심’과 관련된 부분을 별도로 편집한 이 자료는 총 2분 5초 분량으로 3개의 파일로 나눠져 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는 김 전 대통령이 1975년 4월 19일 함석헌 선생의 ‘씨알의 소리’ 창간 5주년 기념 시국강연회에서 연설한 내용이 담겼다. 이날 강연은 유신정권 시절 강제납치, 가택연금 등으로 탄압 받았던 김 전 대통령이 국내에서 한 최초의 대중 강연이기도 하다.
당시 만 51세였던 김 전 대통령은 격정적인 목소리로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과 투쟁을 강조했다. 그는 “방관은 최대의 수치, 비굴은 최대의 죄악”이라며 “함 선생님께서 자유당 때 ‘생각하는 국민이라야 산다’고 말씀했는데 생각하는 국민, 행동하는 국민이어야 만이 살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다같이 결심하고 양성으로 하건 음성으로 하건 국민으로서 무엇인가 행동을 한다고 할 것 같으면 나는 머지않아서 우리 민주주의가 회복된다는 것을 내가 여기에서 여러분께 다 그 이유를 말할 수 없지만 내가 아는 모든 여건 위에서 그것은 틀림없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내가 보증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표현이었던 ‘행동하는 양심’은 2019년 6월 11일 서거 직전 마지막 대중연설에서 다시 언급하며 유언이 됐다. 김대중도서관 측은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 등 이명박 정권의 문제점을 강도높게 비판했다”며 “‘행동하는 양심’의 역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대중도서관 측은 “자료에는 일반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청장년 시기 대중연설가로서 김 전 대통령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사료적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