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의 출생지를 거론하며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카멀라가 흑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흑색전선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매우 유능한 변호사를 통해 해리스 의원에게 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확신할 수는 없다. 민주당 측에서 문제가 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의 말이 진짜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라면서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출생지 의혹’은 미국 헌법 2조의 ‘미국에서 출생한 자만이 대통령직에 출마할 수 있다’는 부분에 기초한다. 해리스 의원은 미국 태생이 아닐 수 있으므로 애초에 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도 이같은 의혹 제기에 가세했다. 이날 캠프의 제나 엘리스 고문은 트위터에서 보수단체 ‘주디컬 워치’의 대표 팀 피튼을 인용해 해리스 의원의 시민권 소지 여부에 물음표를 던졌다.
엘리스 고문은 그러면서 ‘뉴스위크’에 기고된 존 이스트먼 채프만대학 법학 교수의 “만약 해리스의 부모가 학생 비자 등을 발급받아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출산을 했다면 그녀가 정말 미국인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의 주장은 2012년 시작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한 ‘버서(birther)’들의 공격과 일맥상통한다. 버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케냐에서 태어났으므로 미국인이 아니라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점을 걸고넘어진 악의적인 주장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재점화한 출생지 논란에 대해 “바보 같은 짓”이라며 일축했다. 에르윈 체메린스키 버클리대 로스쿨 학장은 B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수정헌법 제14조 1항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으로 인정받는다”면서 “미국 대법원은 이같은 기조를 1890년대부터 유지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는 미국인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의 미국 국적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출생지 논란을 계속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2년 오마바 전 대통령이 출생지 논란을 끝내기 위해 출생 증명서를 제시했음에도 ‘가짜 서류’라고 주장하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6년에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이걸로 끝”이라며 잘못된 주장임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