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檢 외부엔 불문곡직 쇠몽둥이, 내부엔 솜방망이”

입력 2020-08-14 10:20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은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쇠몽둥이를 휘두르고, 내부 비리에는 솜방망이조차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리는 재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장관은 “휴정기 시작 전 공판에서 검찰은 느닷없이 목적을 갖고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검찰에 몇 가지 묻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검찰은 민정수석이었던 저를 권력형 비리범으로 묶고 다른 민정수석실 구성원을 공범으로 엮기 위한 목적을 갖고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나”, “개인 비리로 감찰 또는 수사대상이었던 전직 감찰반원이 갑자기 진술을 번복했는데 무언의 압박이 있지 않았나”, “징계권이 있는 금융위원회 관계자 수사에서는 어떠한 압박도 없었나”, “대검찰청과 서울동부지검은 이 사건의 수사와 기소, 구속영장 청구 등 모든 과정에서 수차례 연석회의를 열지 않았나”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민정수석실은 강제수사권과 감찰권이 없다”며 “감찰 대상자가 감찰에 불응해 합법적인 감찰을 더 진행할 수 없어 감찰을 종료하고 그 대상자의 사표를 받도록 조치한 것이 형사 범죄라면 강제수사권과 감찰권을 가진 검찰에 묻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검사 개인 비리의 경우 감찰조차 진행하지 않고 사표를 받은 사례는 무엇인가”라며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불문곡직(不問曲直·옳고 그름을 따지지 아니함) 쇠몽둥이를 휘두르고, 내부 비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조차 들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판에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