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아니라 오늘이 출근 대란이었네!”

입력 2020-08-11 16:12 수정 2020-08-11 16:13

전날 예고됐던 ‘출근길 대란’이 다음날인 11일 벌어졌다. 서울 주요 간선도로 일부가 갑자기 통제됐음에도 통제 상황이 제때 알려지지 않아 차를 끌고 나온 이들은 스스로 우회로를 찾느라 아침부터 애를 먹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했음에도 평소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소요된 시민들은 “증편한 게 맞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김모(26)씨는 “어제는 출근길 대란이라고 해서 지하철을 탔는데 막상 아무 일 없더니, 오늘은 그런 얘기가 전혀 없어 차 끌고 나왔더니 이게 무슨 일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집에서 직장까지는 통상 25분이 걸리는데 이날은 네 배 넘는 시간이 걸렸다.

특히 내비게이션이 도로 통제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하면서 김씨처럼 곤욕을 치른 운전자들이 많았다. 김씨는 반포대교를 넘어 올림픽대로를 이용해 여의도로 출근하는데, 여의도 나들목에 들어선 후에야 도로를 통제하는 경찰과 ‘도로 침수, 우회 바람’이라고 써있는 팻말을 발견했다. 김씨 차를 비롯해 차량 수십 대가 우르르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진입했지만 우회로는 이미 꽉 막힌 상태였다.

방향을 바꾸자마자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도착 예정시간은 오전 9시5분에서 오전 9시40분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김씨는 “직접 가봐야 통제되는지 아는 게 말이 되냐”며 “내비게이션 회사가 몇개 되지도 않는데 경찰이나 정부기관은 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갑작스런 출근길 대란에 평소보다 출근이 늦어진 시민들은 당혹감을 표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직장인 권모(45)씨는 회사에 급히 연락해 출근 시간을 1시간 미뤘다. 권씨는 “우리 회사는 당일에도 출퇴근 시간을 바꿀 수 있는 스마트 워크제가 있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했다.

서울시는 호우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30분씩 대중교통을 증편한다고 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들은 ‘어디를 봐서 증편한 거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하철을 이용한 조모(28·여)씨는 “한 정거장에 한 번씩 알 수 없는 이유로 2~3분씩 정차하는 바람에 간신히 출근 시간을 맞췄다”고 말했다.

버스를 이용한 김모(27·여)씨도 평소 50분이던 출근 시간이 1시간40분이나 걸려 진땀을 뺐다. 김씨는 “보통 20분이면 가는 노원역에서 길음역 구간이 1시간이 걸리더라”며 “잠깐 눈 붙이면 직장이 있는 시청역에 도착하는데 한숨 자고 났는데도 길음역이었다”고 말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