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 의원은 5일 충북 수해 현장을 찾아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신속하게 검토하겠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발걸음만 빨라진 게 아니라 내놓는 메시지도 선명해졌다. 이 의원은 전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그의 달라진 메시지와 행보에 ‘이낙연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의원 측근들은 “평소 소신을 말한 것”이라며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유력한 당대표 후보라는 포지션에 맞춰 이낙연 본인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명해진 메시지는 친문 끌어안기용?… “본인이 친문인데 무슨 소리?”
이 의원이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게 “직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낙연도 별 수 없네. 친문 세력에게 눈도장을 받으려고 입술 서비스를 했다”고 꼬집었다. 이채익 미래통합당 의원은 “대선주자 선호도 1위인 분까지 나서서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돼야 할 감사원장을 흔드는 게 놀랍다”며 비판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직분에 충실하라는 이야기는 총리 시절부터 늘 해왔던 이야기”라며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관장들의 행태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친문 표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에 이 의원 측근들은 손사래를 쳤다. 한 측근 의원은 “이 의원은 친문 중의 친문”이라며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 가장 오랫동안 문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며 정부 정책에 관여를 해 온 사람이 이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문 표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은 지극히 저차원의 정치공학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도 “당의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하는 발언이니 당원의 정서를 충분히 반영한 이야기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견제용?… “지지율에 일희일비 안해”
이 의원의 달라진 화법을 두고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으로 따라붙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안에 대해 시원시원한 메시지를 내놓는 이 지사와 신중한 화법의 이 의원이 비교되면서 지지율이 빠지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본인의 신념과 소신에 따라 하는 발언”이라며 “요즘 내기 시작한 메시지들이 이 의원의 본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신이 있는 위치에 충실한 이 의원의 스타일상 그동안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 주변에선 이 의원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 의원은 “그동안 보여줬던 안정감과 화합 능력,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여도 등이 종합적으로 녹아든 20%대 이상의 지지율이 쉽게 무너질 거라 보지 않는다”며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할 때도 있고, 순간적으로 흔들릴 때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해 현장을 찾는 것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이낙연이라는 사람이 가서 국민에게 위로가 된다면 가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진정성이 이 의원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