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방법을 놓고 혼선을 빚은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개헌과 국민투표, 특별법 등 총 3가지 방안을 모두 논의키로 했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방법으로 각각 ‘개헌’과 ‘입법’을 언급했고, 당 내에선 대통령 주도의 ‘국민투표’ 방안도 나왔다. 민주당은 우선 3가지 방안을 모두 추진하되 야당과의 합의를 기초로 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 TF(단장 우원식 의원)는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행정수도 이전 방법으로 성문헌법 개정과 국민투표, 여야 합의의 특별법 제정 등을 모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식 행정수도완성추진 TF 간사는 회의 후 “3가지 방안을 올해 말 정기국회까지 지역별 순회 토론회와 국정과제 간담회 등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이전 방법론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2004년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헌재의 입장 변화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개헌을 하면 헌재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여야가 행정수도특별법에 합의하면 사실상 ‘국민적 통합’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헌재가 다시 위헌을 결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민심을 잡아야 하는 야당 입장에서 여당의 제안을 반대할 수 없다는 명분도 깔려있다.
당 지도부 인사는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방법론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사실상 시간상의 차이일뿐,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헌재가 합헌으로 결정하면 그걸로 끝이고, 안되면 개헌까지 바라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국민투표엔 부정적이다. 자칫하면 국민투표가 정권에 대한 찬반투표로 이어질 수 있고, 국민투표가 야당과의 조율 없이 진행될 경우 정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무엇을 택하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행정수도 이전 이슈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 말이 오락가락해 국민이 많이 현혹되고 있다”며 “민주당이 수도 이전 생각이 굳건하다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수도이전 공약을 내걸고 서울시민의 의사부터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통합당 충청권 의원 등은 연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당내 의견이 통일되지 않는 모양새다. 충청권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여당의 국면 전환용 꼼수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수도 이전 논의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며 “입장을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박재현 심희정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