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등록임대 사업 폐지하는데… ‘우수’ 등급 준 국토부

입력 2020-07-20 14:07 수정 2020-07-20 15:55

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과도하게 부여해 다주택자 투기의 꽃길을 깔아줬다고 비판을 받은 등록임대주택 장려 정책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이 사업이 등록 임대사업자 수를 크게 늘려 주택 안정화에 기여했다며 우수한 성과를 낸 정책으로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토부는 청년 등 취약계층의 내집마련 기회가 사라져 대규모 공급대책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지난해 청년·신혼부부에 대한 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뤄졌다며 정책 성과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을 국정 철학이나 사회적 가치에 따라 얼마나 잘 시행됐는지 평가하기보다 양적 증가라는 단순 실적 위주로 평가하고 있어 정책 정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019년 국토부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부 108개 과의 46개 관리과제 중 매우우수 등급을 받은 과제는 2개(5%), 우수 등급을 받은 과제는 7개(15%)로 나타났다. 다소 우수 9개(20%), 보통 14개(30%), 다소 미흡 7개(15%), 미흡 5개(10%), 부진 2개(5%)였다. 우수 이상 등급을 받은 과제로 철도망 확충 및 철도서비스 개선을 통한 국민편익 증진, 교통사고 사망자 감축 및 교통안전 강화, 교통비 절감·광역버스 확대 등을 통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등이 꼽혔다.

국토부가 우수 등급을 준 과제 중에는 ‘생애주기별 주거복지의 체감 확산’이 있다. 이는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을 망라한 과제다. 이 가운데 국토부는 임차인 보호 강화 정책의 성과가 지난해 우수했다고 평가내렸다. 임대등록 활성화를 지속 추진했고, 임차인 권리보호를 위해 등록임대주택 관리강화방안을 마련(2019년 1월)했다는 게 주요 이유다. 국토부는 “등록임대주택이 2017년 98만채, 2018년 136만2000채, 2019년 10월 147만9000채로 지속해서 증가했다”고 명시했다.

등록임대주택 활성화 사업은 정책적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결론이 나면서 폐기 절차에 들어갔다. 다주택자들의 투기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고 이에 따라 수도권 집값 상승 등의 원인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지난해 등록임대주택의 수가 늘었다는 점을 들어 우수한 성과를 낸 정책이라 평가내린 것이다. 등록임대주택을 늘려 임대사업자 양성화를 추진하고, 전·월세 및 주택 가격을 안정화 해 최종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정책의 목표는 자체평가 과정에서 사라진 셈이다.

국토부는 또 지난해 수요자 맞춤형 주택공급 정책을 잘 수행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공적주택 20만5000채 공급 계획을 초과 달성했다. 청년에 일자리연계형, 대학인근 기숙사형 등 공적임대주택 4만1000채를 공급했다. 신혼부부에는 육아특화 설계 등이 반영된 공적임대주택 4만6000채를 공급하고 신혼희망타운 15만채 부지를 확보했다”고 자체평가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주택 공급을 충분하게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대규모 공급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해 잇따라 발표된 각종 부동산 대책에 대한 사후평가도 부실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뿐이었다. 심지어 국토부는 실소유자 중심으로 시장을 관리했다는 성과로 ‘서울 집값 32주 연속 하락(2018년 11월~2019년 6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12·16 대책)’를 꼽았다. 12·16 대책을 발표한 배경에 지난해 하반기 집값 반등, 일부 지역의 국지적 과열이 있다는 점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국토부가 ‘감탄고토’식으로 정책을 평가하다보니 부처 수장의 현실 판단도 명확할 수 없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일례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 자체평가와 같이 지속해서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해왔다. 국토부 공무원들의 정책에 대한 자의적 판단을 김현미 장관이 그대로 받아들였고, 실제 시장 상황이나 전문가들의 제언은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않았던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자체평가 결과처럼 국토부는 정책을 내놓고도 잘 작동하는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들의 다각적인 평가, 국민만족도, 실효성 등이 평가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국토부가 여러 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 내놔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