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사랑의 불시착’이 끝날 때쯤 이 작품을 제안받고 곧바로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밝고 가벼운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는데 딱 알맞게 찾아온 행운 같은 작품이죠.”
배우 서지혜에게 지난 7일 종영한 MBC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그동안 작품에서 세련되고 이지적인 이미지로 사랑받은 그가 통통 튀는 발랄한 매력으로 또 한 번 시청자 마음을 얻은 드라마여서다. 1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서지혜는 “성격이 원래 엉뚱할 때도 있고, 털털하고 활동적이다”며 “인간 서지혜의 모습 중 하나를 꺼내 홀가분하게 보여드린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인기 동명 만화를 리메이크한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사랑의 상처를 안은 남녀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월화 미니시리즈 라인에서 4~5%(닐슨코리아) 시청률로 순항했는데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서지혜와 상대역 송승헌의 풋풋한 로맨스는 클립 영상 등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번 드라마로 ‘흑기사’(KBS2)를 비롯해 여러 작품의 기나긴 ‘짝사랑’ 역할에 마침표를 찍은 서지혜는 “질투하고 가슴 아파하는 역할이 아니라 되레 사랑을 받으니 행복했다”며 “흔치 않던 키스신에 친구들이 축하를 해주더라”며 웃어 보였다.
서지혜는 극에서 음식 심리 전문 정신과 의사 해경(송승헌)과 사랑에 빠지는 콘텐츠 기획자 도희 역을 맡았다. 평양 엘리트 서단 역을 맡았던 tvN ‘사랑의 불시착’ 촬영이 끝난 지 2~3주밖에 지나지 않아 북한말 억양이 채 다 빠지지도 않은 시기였지만, 캐릭터를 차근차근 다듬어 나갔다.
서지혜는 “콘텐츠 기획자라는 설정에 ‘장삐쭈’ 같은 유튜브 콘텐츠들을 찾아보기도 했다”며 “머리나 메이크업 스타일링이나 연기 톤도 되도록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처음 호흡을 맞춘 송승헌에 대해서는 “워낙 활발하시다. 어색하지 않게 밝게 대해주셔서 극도 더 쾌활하게 표현된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서지혜의 필모그래피에서 시청률 20%를 넘기며 올해 초를 달군 ‘사랑의 불시착’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이 극에서 북한군 장교 정혁(현빈)의 약혼녀 서단을 다면적으로 그려내면서 호평받은 서지혜는 콘텐츠 수출로 일본 등 해외에서의 인기도 얻고 있다. 서지혜는 “서단은 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고마운 캐릭터였다”면서 “최근 SNS에 세계 팬들의 응원 글이 달리는 걸 보며 K드라마의 위력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데뷔해 어느덧 17년이 흘렀지만, 서지혜는 아직 작품으로 말하고픈 바가 많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좋은 연기를 고민하게 됐다는 서지혜는 “늘 도전하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연기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가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은 ‘위로’였다.
“혼술, 혼밥은 트렌디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것 같아요. 저는 혼자 살면서 밥 먹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알았어요.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지는 드라마였으면 좋겠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