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생이 동성 동급생들한테 집단으로 성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학교와 교육청의 안일하게 대처해 결국 숨졌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엔 학교 측이 사건을 인지한 뒤에도 가해 학생들에게 ‘출석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담겨 대중들을 공분시켰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학교 내 성폭력 및 학교·상급기관의 미흡한 대처로 아픔을 호소하다 하늘나라에 갔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는 지난달 10일부터 19일까지 전남 영광의 한 대안학교 기숙사에서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동급생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건에 대한 청원이다.
당시 학교 측이 가해 학생들에게 내린 조치는 피해 학생에 대한 접근과 보복행위를 금지다. 여기에 특별 교육이나 심리 치료를 받도록 한 것이 전부다. 이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분리되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학교 안에서 2명 이상이 성폭력을 행사했을 때 내릴 수 있는 ‘출석정지’ 조치는 없었다.
피해 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에 따르면 아들인 A군(13)이 지난달 7일부터 19일까지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남학생 3명에게 집단 성폭력을 당했다. 숨진 학생의 부모는 학교와 교육청에 자신의 아들이 겪은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군은 숨졌다.
청원인은 “가해자들은 (기숙사에서) 취침시간만 되면 아들의 바지를 내려 신체를 비볐다”며 “(아들이) 부모님과 선생님께 알리겠다고 협박을 했지만 무시했다. 목욕 시간에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전했다. 또 “아들이 자려고 하면 이불을 걷고 자위행위를 했다”며 “(가해자들은) 아들에게 ‘그냥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놀리고 때렸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달 19일 담임교사에게 알렸다고 한다. 해당 학교는 3일 뒤인 22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가해학생에 대한 2호 조치(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에 등교했고 피해자인 A군이 오히려 학교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청원인은 가해학생의 출석정지 등을 학교에 요구해 학교 측은 학교폭력예방법 5호 조치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를 추가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가해 학생들의 등교는 계속됐다. 청원인은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전남도교육청은 지난달 26일 가해학생들에게 내려진 5호 조치(특별교육이수)를 결정함으로써 실질적인 등교 중지를 내렸다.
하지만 A군은 지난달 29일 학교 선생님과 통화 중 가해 학생 1명이 여전히 학교에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한다. 청원인은 “아들은 극심한 불안감에 잠도 못잤다”며 “가슴 통증과 호흡불안으로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이후 스트레스와 함께 급성췌장염 판정을 받았다. 상급병원으로 이송 후 중환자실에서 3일간 치료를 받다 결국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저희 아들은 친구들을 때리지도 못하고 아파도 참고, 화도 안 내는 정말 순수한 아들이었다”며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저희 아들은 살고 싶어 했다. 장난으로 던진 돌이 우리 아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고 했다. 그는 “미흡하게 상황을 처리한 학교와 상급기관 담당자님, 하늘 나라에 있는 저희 아들 데려와 달라”고 분노했다.
해당 청원은 올라온 지 이틀 만에 6만건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한편 전남지방경찰청과 전남도교육청은 A군의 사망 전 진술 내용을 바탕으로 가해 학생의 성추행 여부와 사망과의 연관성 등을 조사 중이다. 청원인은 전라남도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