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외설적으로 합성한 사진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는 29일(현지시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5월 31일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지도자의 부인을 향한 추잡하고 모욕적인 선전전의 성격을 띠었고 포토샵까지 이용한 저열한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분노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한 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탈북자 단체가 북한에 날려보낸 삐라’라는 제목의 글과 합성사진이 올라왔었다. 해당 사진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리 여사의 다리를 베고 누워있다. 북한이 ‘최고존엄’의 부인인 리 여사를 모독한 데 발끈해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연락사무소 폭파 하루 뒤 발표한 담화문에서 “우리가 가장 신성시하는 것을 건드려 우리 인민을 그토록 격노하게 만들고 정세를 걷잡을 수 없는 막바지로 몰아온 도발자가 과연 누구인데 감히 누구에게 매를 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줄곧 리 여사 관련 합성사진과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주장해온 만큼 알렉산드로 대사가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전단에는 리 여사를 모독하는 내용의 합성사진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리 여사를 모독하는 합성사진이 담긴 대북전단은 이미 7년 전 살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새벽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미화 1달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대형 애드벌룬 20개에 나눠 북한으로 날려보냈다. 전단에는 ‘새 전략 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알렉산드로 대사는 또 최근 다시 불거진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 25일 외국특파원협회 초청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 건강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건강문제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로 대사는 “지도자(김정은)가 대중 앞에 덜 나타나고는 있지만 그가 결정을 내리고 그의 지시가 보도되고 있다”며 “북한은 이전처럼 정상적인 업무 체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예비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평소와 달리 관련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실질적인 2인자에 올랐다는 평가에 대해 알렉산드로 대사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만약 김 제1부부장에게 ‘당신이 2인자냐’고 물으면 강하게 부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2인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