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印과 ‘유혈극’ 현장에 군사시설 세워…“레이저건,섬광탄 무장” 주장도

입력 2020-06-28 17:49 수정 2020-06-28 20:26
위성사진 전문회사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중국-인도 국경분쟁 지역의 모습. 왼쪽은 지난 5월 22일, 오른쪽은 6월 23일 실질통제선인 갈완 계곡을 촬영한 사진으로 한 달새 많은 군사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중국과 인도가 최근 유혈 충돌을 빚은 국경 분쟁 지역에 중국이 새 군사시설을 짓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양측의 무력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인도가 중국 국경지대의 ‘총기 사용 금지’ 제한을 풀자 중국에서는 분쟁 지역 군인들에게 레이저건이나 섬광 수류탄 등 비살상 무기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도군과의 충돌에 대비해 분쟁 지역 군인들에게 비상 상황 발생 시 상부 보고 없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강력한 비살상 무기로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민해방군 해군 장교 출신인 왕윈페이는 “인도군이 실질 통제선의 중국 측으로 침입하면 단호하게 반격해야 하고, 그런 공격은 실질 통제선에 구애받지 않고 인도군을 완전히 격퇴할 때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군에게 레이저건과 최루탄, 섬광탄 등 강력한 비살상 무기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공군 소장 출신인 차오량은 “중국군은 좀 더 심각한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 신속하게 타격해 상대에게 고통을 주고 더 큰 전쟁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중국군과 인도군의 충돌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인도 북부 갈완계곡 주변에는 실질 통제선(LAC)을 따라 군사 시설이 건설되고 있는 상황이 미국 맥사 테크놀러지가 공개한 위성 사진에서 드러났다.

위성사진에는 인도군이 자국 영역에 새로운 장벽을 건설하고 있고, 중국군은 자국 부대와 연결하는 도로 끝에 새로운 경비 초소 건물을 짓는 모습 등이 담겼다.

맥사 측은 5월 22일 이후 군용 물품과 트럭, 불도저, 굴착기 등이 끝없이 이 지역에 배치됐고, 중국군이 분쟁 지역으로 진입하는 모습도 위성사진에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NDTV는 “양측 충돌 지역 사진을 비교해보면 지난 5월 22일에는 중국 측 천막이 한 개였는데 한 달 뒤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보인다”며 “새 사진에는 방어진지와 막사 등도 새롭게 지어진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메시 파디 전 인도 육군 소장은 중국 측이 인도 측 관할 지역을 침범했다는 확실한 표시라고 주장했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지만, 아직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3488㎞에 이르는 실질 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카슈미르 라다크 지역 갈완 계곡에서 양측 군인들간 난투극이 벌어져 인도군 2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과 국경 분쟁이 심해지자 인도는 러시아의 첨단 방공 미사일 시스템인 ‘S-400 트라이엄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인도 측은 총 52억 달러(약 6조3000억원)에 달하는 이 시스템을 내년 말까지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중국과의 국경 분쟁이 발생하자 도입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러시아를 방문해 무기 구매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됐으며,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 미사일과 전술 탄도미사일, 전투기, 드론 등을 모두 요격할 수 있다. 한꺼번에 100개의 표적을 추적할 수 있으며, 최대 사거리는 600㎞에 이른다.

이는 2017년 도클람 지역에서 발생한 무력 대치 이후 접경 지역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는 중국에 맞서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중국군은 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J-20’을 비롯해 ‘Z-20’ 헬기, 다목적 드론, 경전차, 둥펑 미사일 등을 인도와 접경 지역에 집중 배치했다.

인도는 중국군과 충돌 과정에서 자국 군인들이 무더기로 사망하자 총기 사용을 금지한 국경지대 교전 규칙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인도군의 지휘관은 자체 판단에 따라 재량권을 갖고 중국군과의 충돌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인도·중국 국경지대 최전방 2㎞ 이내의 군인은 총기나 폭발물을 휴대할 수 없었다.

중국이 격투기선수 등으로 구성된 민병대를 새로 편성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인도와 인접한 시짱(티베트) 지역에 주둔하는 시짱군구 등은 15일 새로 창설한 5개 민병대 깃발 수여식을 가졌다. 쉐아오(雪獒·사자개) 고원반격부대로 명명된 민병대는 국내외 대회에서 수차례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격투기 클럽 팀원으로 구성됐다.

민병대 창설은 군이 직접 나설 경우 우려되는 확전을 피하면서 격투기 선수들을 투입해 난투극 발생시 인도군을 곧바로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왕하이장 시짱군구 사령관은 “반격해 상대를 제압하는 무쇠주먹”이라고 쉐아오 부대를 평가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