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없애는 MS vs 여전히 ‘북적’ 애플스토어…이유는

입력 2020-06-29 06:10
미국 뉴욕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MS) 매장. 연합뉴스

전세계 곳곳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프라인 매장이 영구 폐쇄된다. 애플 스토어를 벤치마킹해 문을 연 이들 매장은 MS 제품과 소프트웨어 체험 공간으로 운영했으나 코로나19 여파와 사업 방향 전환 등이 맞물리면서 11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28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MS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에서 운영하던 직영 소매점 80여곳의 문을 닫는다. 데이비드 포터 MS 부회장은 “자사 제품이 대부분 디지털 제품으로 변화하면서 온라인 매출이 증가했다”면서 향후 엑스박스(Xbox)와 윈도즈(Windows) 내 온라인 매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MS 측이 밝힌 온라인 스토어 방문객 수는 190개 시장에서 12억명 수준이다.

MS의 이같은 결정으로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을 임시 중단했던 매장들이 영구적으로 폐쇄된다. 다만 MS 본사가 있는 미국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 호주 시드니, 영국 런던 등 4곳은 체험관 형태로 운영될 계획이다.

현지 매체들은 “MS가 애플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MS스토어를 시작했지만, 오프라인 판매 부진, 공급망 관리의 어려움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관련 사업 정리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S의 주요 사업이 클라우드로 전환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MS의 올해 1분기 매출 가운데 클라우드 관련 사업의 매출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MS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 18%로 선두 아마존웹서비스(AWS, 32%)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1월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연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 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MS의 오프라인 매장 폐쇄 결정은 방문객을 매장에 꾸준히 끌어모으고 있는 애플과 대조된다. 애플 스토어는 전세계 주요 도시 핵심상권에 510개의 매장을 열고 애플의 디자인 철학과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MS 역시 랩톱 제품인 서피스, 콘솔 게임기 XBOX, 스마트폰 등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체험하기 위해 스토어를 방문하는 이들은 애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애플스토어는 제품 판매는 물론 애플의 기업 문화를 확산시키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그라지지 않는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은 단연 애플 제품의 풍성한 라인업이다. 애플 스토어에는 매년 쏟아지는 애플 스마트폰, PC, 스마트워치, 음향기기와 그에 맞는 액세서리를 취급해 신제품 출시 때마다 소비자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는 등 장사진을 이룬다.

명품브랜드 버버리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2014년 애플에 합류해 오프라인 리테일 스토어 부문을 맡아오다 지난해 사임한 안젤라 아렌츠 부사장은 “애플스토어는 애플의 가장 큰 제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오프라인 매장을 애플이 가장 강조하는 ‘사용자 경험’을 공유하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한 애플스토어의 영업 여부가 투자자들에게 경기 활성화 여부를 보여주는 지표로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 애플스토어 폐·개장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미국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현재 애플은 미국에서 271개 애플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현재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일부 매장의 문을 다시 닫았지만 200여개의 매장이 영업 중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