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도 하지말라” 이재용 수사심의위 결정에 변호인단이 밝힌 입장

입력 2020-06-27 07:40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이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전하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26일 회의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권고 의견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사전 선정된 15명의 위원 중 1명이 불참해 14명이 참석했다.

이중 양창수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한 1명을 제외한 13명이 심의에 참여했다. 양 위원장은 최지성 옛 삼성 미전실장(부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직무를 회피했다. 위원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계속 수사 여부,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삼성물산에 대한 기소 여부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어디까지 보고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검찰과 삼성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주가 조종과 분식회계 등 혐의를 두고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 중 상당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관한 토론도 벌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9일 기각하며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은 소명이 부족하다”고 사유를 밝혔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가 제출한 의견서도 참고 됐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을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차례 고발했었다.

이날 검찰 수사팀은 주임검사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48‧사법연수원 42기) 부장검사 등 3~4명이 이 부회장 측에서는 이동열(54‧사법연수원 22기)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참석했다.

부회장 변호인단은 결과를 통보받은 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측은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 다행스럽다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 부회장 수사에 지난 1년 7개월간 경영진 30여 명을 100여 차례 소환 조사하고 50여 차례 압수수색을 할 정도로 총력을 기울여왔다. 심의위 결론이 권고적 효력만 있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는 만큼 검찰이 심의위의 불기소 결정과 달리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2018년 초 제도 시행 후 열린 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랐던 만큼 이번 권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심의위 권고대로 불기소 처분할 경우 수사가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기소를 강행하면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도입한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심의위는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 방안 중 하나로 도입한 제도로 외부 전문가로부터 검찰의 수사 정당성 확보를 위한 견제 장치다. 수사팀은 심의위의 이같은 결정 직후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수사결과와 수사심의위원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심의위원들은 검찰과 삼성 측이 각각 제출한 A4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오전에는 검찰, 오후에는 삼성 측 의견을 청취했다. 양측의 의견 피력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회의는 당초 예상 종료 시각인 오후 5시 50분에서 1시간30분이 초과해 오후 7시 30분에야 끝이 났다.

이후 심의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4일 청구된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관해 피의자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와 피의자 이 부회장, 피의자 김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피의자 삼성물산 주식회사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심의절차에서 수사팀, 피의자 측 대리인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고 진술했다”고 한 심의위는 “고발인 참여연대가 제출한 의견서도 위원들의 숙의에 참고했다. 위원들이 충분한 숙의를 거쳐 심의한 결과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중단 및 불기 속 의견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