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고 마녀사냥 하나” 인국공 보안검색요원의 토로

입력 2020-06-24 14:58
인천공항공사가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방대, 보안검색 관련 분야 등 약 300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한 2017년 12월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보안검색 관련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이를 반박하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안검색요원이라고 밝힌 A씨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많은 오해와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며 “너무 억울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작성한다”고 운을 뗐다.

A씨는 ‘근무환경이 편하다’는 비판에 “보안검색요원은 교대근무라 불규칙한 생활에 새벽부터 해 뜨기 전 출근하여 해가 지면 퇴근을 한다. 코로나 사태로 공항에 승객이 급격히 줄었지만, 제2여객터미널이 생기기 전에는 하루 14시간 근무하며 10만명이 넘는 승객을 상대하고 검색했다. 그렇게 근무할 때도 이렇게까지 억울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달말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전환해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3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 앞에서 노조원들이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A씨는 이어 “저희는 새벽부터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새벽 비행기를 타시는 그 많은 승객을 검색한다. 승객들이 보안검색을 통과하고 어느 정도 줄어들면 그때야 저희도 화장실도 가고 물도 마신다”며 “목이 너무 말라서 입이 마르지만, 물을 마실 시간조차 촉박하다. 기계인지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일을 한다. 그래도 우리가 선택한 직업이기 때문에 억울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보안요원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기계처럼 일하는데 그마저도 부정하신다면 보안검색은 어째서 존재하나. 저희가 하는 일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고 그저 겉모습만 보고 ‘편하다, 운이 좋았다’는 식으로 평가하나”라며 “거침없는 폭언과 욕설 입에 담기도 싫은 성희롱 그리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행위 등 폭력적인 행동을 저희는 매번 참아야 하나”라고 반박했다.

A씨는 ‘로또취업’ 비판도 반박했다. 그는 “저희는 지금껏 알바가 아닌 정당하게 회사에 지원하여 교육을 받고 시험을 봤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A씨는 이른바 ‘인국공 논란’을 불러일으킨 보안검색요원 오픈카톡방 발언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어째서 실명이 아닌 오픈 카톡방으로 보안검색의 망언이라 확신하나. 저희 직원이란 확실한 증거도 없이 어째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저희도 사람이다. 어째서 정확하지도 않은 사실로 상처를 주고 확정을 지어 얘기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안요원 전원 정규직 채용’ 기사에 쏟아지는 비난에도 A씨는 안타까워했다. 그는 “저희를 정규직 밥그릇 뺏는 사람으로 보시지만 저희는 사무직이 아니다.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고 그에 책임을 지고 사명감으로 일을 한다”며 “저희 전원 정규직 채용은 확실한가. 저희도 아직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어째서 저희 입장이 돼보지도 않은 상태로 그렇게 부정적으로 확신하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규·비정규·취준생들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시는 것 인정한다”면서도 “어째서 보안검색을 제외한 다른 정규직에 대해선 말씀도 없으시고 보안검색만 반대한다며 시위를 하나”라고 적었다.

“인천공항 알바나 하다가 정규직 해야겠다” 등 조롱과 비판이 뒤섞여 나온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의 보안검색 경력은 그저 하찮게 보나. 왜 직접 겪어보지도 않고 보안검색이란 직업을 무시하고 함부로 평가하나”라며 “저희 일을 똑같이 해보시라. 그때도 정규직화가 필요 없다 느끼신다면 저희도 정말로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보안검색 무더기 퇴사로 비행기 탑승을 못 했다. 이런 뉴스 많이 보셨을 것이다. 그만큼 너무 힘들기에 무더기로 퇴사한다”며 “겉만 보고 저희를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달라”며 글을 맺었다.

인천국제공항에 다니는 보안검색요원의 반박 글이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7년부터 진행해오던 비정규직 9785명의 정규직 전환 작업을 이달 말 마무리한다고 22일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월까지 공사가 경비업 면허 없이 직접 고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보안검색요원이 직접고용 대상에 오르자 보안검색 노조 4개 중 2개가 반발하고 있다. 2017년 이후 입사자 비중이 높아 공개경쟁 절차에서 탈락자가 대거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직접고용 대상에서 빠진 인천공항 보안경비 1700명과 한국공항공사 보안검색원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 오픈카톡방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퍼졌다. “알바천국에서 보안요원으로 들어와서 월급 190만원 받다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으로 가서 연봉 5000만원 받는다”는 카톡이 ‘공정과 정의’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이번 전환자 중에는 알바몬 같은 알바로 들어온 사람도 많다”며 “알바처럼 기간제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그 안에서 시위해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청원인은 “솔직히 비정규직 철폐라는 공약이 앞으로 비정규직 전형을 없애 채용하겠다든지 아니면 해당 직렬의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줄 알았다”며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무슨 죄냐”며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는 게 평등이냐. 이건 평등이 아니고 역차별이다”라고 지적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