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에서 임원으로 불렸어도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일반 사원과 동등한 처우를 받으며 근무한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보험계리사인 A씨가 보험계리법인인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2월 B사에서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다 2005년 4월부터 상시 출근하면서 매달 고정적인 급여를 받았다. 이후 회사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부사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는 다른 계리사들과 같은 일을 했다. 임금도 큰 차이가 없었다. A씨는 2017년 퇴사하면서 퇴직금 6500만원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B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A씨가 사원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기간은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기간을 제외하고 퇴직금을 산정하라고 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회사 운영에 전반해 의결권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출자좌수 보유 전에도 사원총회에 참석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급여가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 형식으로 지급된 점, 부사장으로 불렸던 점 등을 들어 “종속적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부사장으로 불린 A씨가 포괄적인 권한을 갖고 독립적 업무를 하지 않았고, 경영에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실질적으로 회사에 대해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