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가 최근 3개월간 세 차례나 중국 밀입국 보트에 뚫린 가운데 추정 경로상에 무인도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북한의 도발까지 겹친 상황에서 무인도가 외부침입의 거점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어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일 태안 마도 방파제 인근에서 발견된 밀입국 보트의 출발지는 지난 4, 5월 밀입국한 용의자들과 동일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로 확인됐다.
웨이하이시에서 출발해 태안 해변까지 직선거리 360km에 이르는 직통 바닷길이 중국인들의 공식 밀항로처럼 또 활용된 것이다. 이 바닷길을 건너는데 걸리는 시간은 14~17시간 정도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 경로상에 여러 개의 무인도가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해경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4, 5월 밀입국했다 검거된) 용의자들이 나침반을 보고 뱃머리 방향을 95도 정도에 맞춰 지그재그로 서해를 넘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용한 2척의 보트는 모두 의항리 해변에서 발견됐다. 지난 4일 의항리 해변보다 남쪽인 마도에서 발견된 세번째 보트 역시 의항리 해변을 거쳐간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점은 추정경로 왼쪽으로 목덕도, 가덕도, 대령도, 소령도 등 무인도 4곳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목덕도는 밀항 경로에서 직선거리로 3㎞가 안 될 정도로 가깝다. 총면적 3만2231㎡의 목덕도는 인접한 유인도인 백아도로부터 20㎞나 떨어져 있고, 출입이 가능한 ‘준보전 무인도서’로 지정돼 있다. 한밤 중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인근 어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밀입국 보트의 최초 신고자이기도 한 이충경(49)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어촌계장은 “과거 어르신들로부터 주변 마을에 간첩이 침입해 귀도 베고 눈도 베갔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태안은 서해 최전방 해안이다”라며 “밀입국 사건이 자주 있고, 북한까지 도발을 감행해 주민들이 불안해한다. 밀입국자인지, 범죄자인지, 북한에서 넘어온 건지 알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계장은 이어 “무인도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에 경비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해경은 무인도가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부인한다. 해경 관계자는 “선상에 섬이 하나 있다고 쳐도 보트를 댈 수도 없고, 기착할 수도 없다. 섬의 존재가 오히려 밀항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가 해상 경비에 취약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왔다. 특히 윤성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위원은 2017년 9월 낸 ‘해양경비 여건 분석과 역량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상시 관리의 사각지대이자 외부침입의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섬의 존재가 레이더 탐지를 어렵게 하는 기술적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밀입국 등을 목적으로 한 작은 보트들이 섬에 가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등 탐지의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지적한다. 해경은 이번 밀입국 용의자들이 경유지 없이 곧장 육지로 들어왔다고 발표했지만, 무인도가 해상 경비의 잠재적 위협 요소인 점은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더군다나 해경은 군과 함께 검문검색 확대·항공기 집중 정찰 등 서해 전체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지만 아직 밀입국을 막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바다라는 광범위한 공간에서 소형보트를 인지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그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 파악하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이 참여하는 해상경비체계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경 출신인 함혜현 부경대 공공안전경찰학과 교수는 “해상 경비의 한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겪는 공통 현상”이라며 “해경, 해군, 육군 등 한 기관을 떠나 범정부적 차원의 사전정보 공유·협업 시스템을 강화하고, 지역에 가장 능통한 어민들을 민간경비요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