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작된 남미…‘코로나+독감’ 유행 초비상

입력 2020-06-15 17:33 수정 2020-06-15 17:44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및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에서 시민들이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징후가 뚜렷한 가운데 남미 지역이 새로운 진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든 남미 국가에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남미 대국인 브라질의 상황이 악화일로다. 브라질은 전국 27개주 가운데 절반가량이 경제 활동을 재개했는데, 그에 맞춰 감소 추세를 보였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다시 늘고 있다.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9일부터 사흘 연속 3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던 데 비하면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두 달 전 일일 확진자가 1000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6만7000여명, 사망자는 4만3000여명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다.

브라질을 강타한 코로나19는 밀집된 빈민가, 부실한 의료시스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부실한 대응을 타고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상파울루 대학의 공중보건 전문가인 다니엘 두라도는 영국 가디언에 “이번 사태는 우리가 직면한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최악인 정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 중 브라질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페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페루에선 최근 1주일 동안 매일 4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남미 대부분 국가에서 코로나19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지난 14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개와 산책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사망자 축소 집계 논란이 불거져 보건장관이 사임했다. 칠레 정부는 코로나19로 3000여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실제 사망자는 5000명이 넘는다는 정부 문건이 공개됐다. AFP연합뉴스

이같은 확산세는 다음 주 남미 국가에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전파력과 계절과의 상관 관계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겨울철에 감기나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이 더 자주 발병하는 만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과 독감 확산이 겹치면 방역 당당국의 대응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남반구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을 경고한 바 있다.

페루의 감염병 전문가인 에두아르도 고투소는 이날 현지 EFE통신에 “두 개의 팬데믹을 맞을 수 있다.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범미보건기구(PAHO)의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도 최근 남미의 겨울이 “엄청난 도전”을 가져올 수 있다 고 우려했다.

중동 지역의 코로나19 진원지로 꼽히는 이란도 2차 확산에 직면했다. 지난 4일 신규 확진자는 3500여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신규 확진자도 4000명을 넘어섰다. 사우디 보건부가 지난 3월 첫 확진자를 보고한 이후 최대 규모다. 사우디는 지난달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재개방하는 등 봉쇄 조치를 완화한 뒤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이날 8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7일 7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일주일 새 100만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미국의 확진자가 21만6000여명, 사망자는 4만3000여명으로 여전히 가장 많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