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된 흑인 사망 시위가 전 세계로 번지는 가운데 캐나다 경찰이 원주민 부족장을 잔혹하게 진압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 경찰이 한 원주민 부족장을 유혈 진압하는 모습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앨버타주의 아타바스카 치퓨얀 제1 부족 족장인 앨런 아담이 지난 3월 경찰관 두 명에게 체포당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한 경찰관이 아담을 붙잡고 있는 동안 다른 경찰관은 빠르게 돌진해 그를 바닥에 내쳤다. 이후 후두부를 가격하고 목을 조르면서 수갑을 채웠다. 양팔을 경찰에게 붙들린 채 피를 흘리며 연행되는 앨런의 모습으로 영상은 끝난다.
아담은 만료된 운전면허증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자신의 아내에게 수갑을 채우려 하자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캐나다 재판부에 제출된 이 영상은 현지 언론이 방송으로 보도하며 캐나다인들을 놀라게 했다. NYT는 “이번 사건은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와 더불어 최근 확산하는 조직적 인종차별 이슈에 대한 논쟁을 더 가열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도 이번 논란에 가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공개된 영상을 두고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경찰이 왜 저렇게 잔인하게 진압하는지) 의문이 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건 초기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캐나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외부 조사를 받게 됐다. 앞서 앨버타주 경찰청은 “블랙박스 영상을 검토한 결과 출동한 경찰관의 체포 과정이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진상 조사를 거부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아담이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이 촬영한 체포 당시 영상을 공개하자 경찰의 비위행위를 조사하는 독립기관인 앨버타 중대사고대응팀(ASIRT)이 해당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트뤼도 총리도 “이번 사건을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한 만큼 앨버타 경찰이 원주민 유혈 진압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캐나다에서 경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캐나다 원주민 부족장들은 지난 수십년간 캐나다 국립경찰(RCMP)의 개혁을 요구해왔다. NYT는 “최근 확산하는 캐나다에서의 시위는 흑인 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잔혹함을 규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이제는 이러한 의제 안에 캐나다 인구의 5%를 차지하는 원주민에 대한 경찰의 조직적인 차별 철폐도 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