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종차별 행위를 이유로 호주 유학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나섰다.
이는 유학생 보호 명분이지만 최근 호주산 소고기 수입금지와 호주 여행 자제령에 이어 호주에 경제적 타격을 가하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을 적극 따르는 호주 정부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전 세계에서 호주가 유학생들에게 가장 안전한 나라”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10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호주에서 인종차별이 심해지고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며 호주 유학을 선택하거나 호주로 돌아가려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호주의 주요 대학들이 7월쯤 개교할 계획인데, 코로나19가 억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여행이나 개학은 중국 유학생들에게 위험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하이 소재 교육업체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과 학부모들은 호주에서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비우호적인 인종차별적 대우를 경험했다”며 “호주는 중국인에게 공부나 여행에서 매력적인 나라였으나 최근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나쁜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를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교육업체들은 최근 몇 개월 동안 고객이 거의 없었다”며 “호주 교육 시장은 최소 1년 안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전히 많은 중국 학생들인 여행 및 항공운항 제한으로 중국을 떠나지 못해 학교 복귀를 내년으로 연기했고, 호주 유학을 계획하던 학생들은 호주 내 반중국 정서와 인종차별 때문에 뉴질랜드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고,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은 유럽이나 캐나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호주를 유학생 위험 지역으로 지목한 것은 해묵은 감정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호주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함께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5세대 이동통신(5G) 인프라 구축에서 배제한 데다, 홍콩 국가보안법 비판 성명에 동참하는 등 ‘미국의 대리인’ 처럼 처신한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호주 정부가 지난 4월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하자 중국의 보복조치도 가시화됐다.
청징예 호주 주재 중국 대사가 호주산 소고기와 와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다음 날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와 보리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를 내놨다.
다급해진 사이먼 버밍엄 호주 무역장관은 여러 차례 중산 중국 상무부장에게 전화했지만 받지를 않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주즈췬 버크넬대 교수는 “중국은 호주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압박 전략을 적극 지지한다고 여긴다”면서 “트럼프 정부를 너무 바짝 따르지 말라는 메시지를 중국은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싱크탱크 중국정책센터의 소장인 애덤 니는 “호주를 공격하는 것은 미국의 다른 동맹과 파트너에 경고를 보내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 정부는 중국 교육부의 호주 유학 자제령에 대해 “호주는 외국인들을 환영하는 다문화 사회”라고 반박했다.
댄 테한 호주 교육부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호주는 전 세계에서 국제 외국 유학생들이 당장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나라 가운데 한 곳”이라며 “호주가 유학생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지역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호주의 8개 명문대학을 대표하는 기구의 빅키 톰슨 CEO도 성명을 통해 “우리의 캠퍼스에서 인종 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