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 후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당했던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직접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조사실을 방문하기 전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으로부터 조사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유 소장은 “현대건축의 아버지로까지 추앙받는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것인데 어떻게 하면 여기에 끌려온 사람들, 연행돼 온 사람들이 완벽한 고립감과 공포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방향으로 설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 소장이 “연행돼 오는 사람들이 통과하는 모든 문은 5층 조사실 안에 들어갈 때까지 모든 게 철문으로 돼 있어서 마찰음과 굉음이 눈을 가린 상태에서 들으면 아주 공포스럽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철문이 원형대로 그대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건물 안으로 들어와 1층에서 5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 앞에 섰다. 유 소장은 “5층 조사실은 보시는 대로 철제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이 나선형 계단은 72계단으로 돼 있고 세 바퀴를 돌게 돼 있는데, 물론 눈을 가린 상태로 끌려 올라가게 된다”고 했다. 이어 “떠밀리면 안 되니까 앞에서 수사관 한 사람이 옷깃이나 옷이 없는 경우 머리끄덩이를 잡고 올라가고, 또 떨어지지 않게 뒤에 허리춤 있는 데를 뒤에서 받치면서 그렇게 들어가게 된다”며 “여기 발 디디는 순간 5층까지 끌려 올라가서 바로 조사실로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승강기를 타고 509호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당했던 욕조를 지그시 내려다 봤다. 김 여사는 박 열사 영정에 직접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헌화했다.
문 대통령은 욕조에 손을 짚은 채 조사실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이 자체가 그냥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대공분실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한숨을 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강압 수사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여러 가지 무너뜨려 버리는 것”이라며 “경찰에서 이곳을 민주인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내놓은 것도 큰 용기”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509호를 나오기 전 10여초간 묵념을 했다. 이후 509호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와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이 장소를 민주인권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주고, 또 어제는 공개적으로 사과 말씀도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