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개 산책시키는 사이, 5살 아들이 추락사했다”

입력 2020-06-08 10:58 수정 2020-06-08 14:53
AP연합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이 공분을 만든 미국에 이어 브라질에서도 흑인 인권 보장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채우고 있다.

시위에 불을 지핀 건 지난 3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동부 헤시피에서 일어난 5세 흑인 소년 미구엘 다시우바의 죽음이다. 이날 시우바는 가정부로 일하는 엄마를 따라 간 백인 집주인의 아파트에 머물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은 탓이었다.

당시 시우바의 엄마는 애완견을 산책하라는 집주인의 지시에 외출한 상태였다. 시우바는 엄마를 따라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고 9층으로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시우바를 맡아주기로 한 집주인의 행동이다.

CCTV 영상에 따르면 집주인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시우바를 말리지 않았고 심지어 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다 손을 뻗어 맨 위층 버튼을 대신 눌러줬다. 그로 인해 홀로 9층에 도착한 시우바는 난간에서 추락해 숨졌다.

현지매체 보도화면 캡처

7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브라질에서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하나둘 일어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헤시피에서는 수백명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 중이다.

현지 매체는 뿌리 깊은 인종 갈등을 겪고 있는 브라질 국민의 분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브라질에서는 흑인이 인구의 약 56%를 차지하지만 그들의 평균소득은 백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