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잃고 숨진 50대 시신에 설탕물을 먹이는 등의 행위를 벌이며 시신을 은닉한 제주의 한 명상 수련원 원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유기치사 및 사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명상수련원 원장 A씨(59)에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다만 쟁점 사안인 유기치사 혐의는 공소사실 만으로는 피해자 B씨(사망당시 57세)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A씨는 지난해 9월1일 저녁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제주시의 한 명상수련원에서 수련하던 B씨가 의식을 잃었으나 즉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한 기적을 일으켜 B씨를 살려내 보겠다며 유족들에게 B씨가 숨진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시신을 45일간 수련원 3층 강당에 숨긴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B씨의 시신은 지난해 10월15일 B씨 부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수련원 내 수련실에서 발견됐다. 부검 결과 B씨는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사건 현장에서는 주사기와 한방 침, 에탄올 등이 발견됐는데 이 물품들은 부패한 시신을 관리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B씨가 죽은 것이 아니라 명상에 빠진 상태였다고 믿었고 기적을 일으켜 살리려고 했다”고 진술하는 등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왔다. 특히 A씨는 숨진 B씨에게 설탕물을 먹이고, 시신을 에탄올로 씻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유기치사 혐의가 인정되려면 망자가 발견될 당시 살아 있는 상태여야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생존 여부를 특정할 수 없었다”며 “형사재판의 특성상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피고인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피고인은 3대 종교의 성인이 아니다. 일반인의 상식상 망자가 살아있었다고 믿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허황된 주장으로 고인을 추모할 기회를 빼앗는 등 혹세무민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공범 2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공범 1명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