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리란쥐안 중국 저장대학 교수 연구팀이 의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리 교수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武漢) 봉쇄를 처음으로 제안한 과학자이다.
연구팀은 저장성 항저우(杭州)에서 11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연구한 결과 30종의 변이를 발견했다. 이 가운데 19종은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이었다. 일부 변종은 바이러스가 인체 내 수용체 단백질에 결합하도록 해주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기능적 변화가 일어났다.
스파이크 단백질이란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돌기처럼 튀어나온 단백질을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인체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기 때문에 감염을 막으려면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백신 개발도 스파이크 단백질 무력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이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변이가 발생했다면 백신 개발은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돌연변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 변종은 가장 약한 변종보다 270배나 많은 바이러스를 증식해냈다. 감염된 인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가장 치명적인 변종은 유럽 내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코로나19 환자에게서도 발견됐다.
별도 연구에서는 뉴욕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변종이 유럽에서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뉴욕과 유럽의 코로나19 치사율이 높은 이유가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 때문일 수 있다는 추론이 제시됐다.
이번 연구에서 경증 환자에게서 발견된 변종 바이러스는 워싱턴주 등 미국 일부 지역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했다. 이는 서로 다른 국가나 지역의 지배적인 변종 바이러스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국가나 지역 간 치사율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추론했다.
앞서 영국 케임브리지대 유전학자인 피터 포스터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원형에서 진화를 거쳐 A형, B형, C형으로 나뉘어 변이됐다고 밝힌 바 있다. A형은 미국과 호주, B형은 우한과 동아시아, C형은 유럽에서 창궐하며 B형에서 변이된 형태다.
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를 우리가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병의 성질을 완전히 변화시킬 정도의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