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닫힌 야구장의 문을 열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정규리그를 시작했다. 비록 관중을 유치하지 않았지만 치어리더와 마스코트의 공연으로 ‘4월 개막’을 자축했다.
대만 프로야구는 12일 오후 6시5분(한국시간)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중신 브라더스와 퉁이 라이온즈의 경기로 정규리그를 출발했다. 홈팀인 중신은 경기를 앞두고 치어리더와 마스코트의 공연으로 텅 빈 관중석의 적막을 깼다. 선수들은 장내 아나운서의 호명을 받을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대신해 자신의 손가락을 깍지 끼거나 허공에 손을 흔들며 입장했다. 중신은 팬들에게 공식 인터넷 방송을 서비스했다. 경기 30분 전만 해도 1000명을 웃돌던 시청자는 ‘플레이볼’ 선언 후 1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대만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중화직업봉구대연맹(CPBL)은 오는 10월 14일까지 4개 팀이 60경기씩 모두 240경기를 소화하는 일정으로 2020시즌 정규리그를 편성했다. 당초 예정된 개막전은 지난 11일 오후 6시5분 타오위안구장으로 배정된 중신과 라쿠텐 몽키스의 제1경기였다. 이 경기는 우천 순연됐다.
타오위안구장은 이날까지 이틀 연속으로 내린 소나기에 폐쇄됐다. 이로 인해 제3경기로 편성된 중신과 퉁이의 대결이 개막전이 됐다. 대만섬 중서부에 위치한 타이중은 비구름에 휩싸인 타오위안 등 북부 도시들과 다르게 이날 오후부터 구름이 걷히면서 올해 세계 최초로 프로야구 정규리그를 개막한 도시가 됐다.
대만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만 정부는 지난 1월에 코로나19를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고강도 방역 정책을 펼쳤다. 중국발 입국자를 차단하고, 검역 의무를 위반한 국민에게 최고 3만3000달러(약 4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 결과 한국, 미국, 일본보다 빠르게 프로야구 정규리그를 시작하게 됐다.
CPBL은 당초 150명의 입장을 허용하는 선에서 관중석을 개방하려던 계획을 지난 1일 대만 정부의 우려를 받아들여 철회하고 무관중 개막을 택했다. 각 구단은 치어리더 공연 외에도 북을 치도록 프로그래밍한 로봇, 유니폼을 입힌 마네킹을 준비하고 있다. 치어리더는 소속 구단에 의해 건강관리가 이뤄지는 만큼 불특정 다수인 관객보다 감염병을 전파할 위험이 낮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