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사격 훈련을 지도하며 약 3주간의 잠행을 끝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최고지도자 부재에 따른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참석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이 “박격포병구분대들의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수길 총정치국장과 박정천 총참모장 등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김 위원장이 “오늘처럼 전체 구분대들이 하나 같이 포를 잘 쏘는 훈련은 처음 본다”며 “마치 포탄에 눈이 달린 것만 같이 목표를 명중하는데,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에 나선 것은 20여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진행한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참관을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김 위원장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개최 당일 김 위원장의 지도 사실을 공개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주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읽힌다. 최고지도자의 건재를 과시하면서 ‘걱정하지 말고 생업에 전념하라’는 메시지를 내부에 던지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고인민회의 직전에 많은 병력이 동원된 군사훈련을 하고 거기에 마스크도 쓰지 않고 지도하는 김 위원장과 군 지휘부의 모습을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일단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이 공개한 사진 여러 장을 보면, 김 위원장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훈련 모습을 참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날 평양에서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초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치러진 제14기 선거 때부터 대의원을 맡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양 외곽에서 진행된 포사격 훈련을 지도한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불참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를 비롯해 대외정책전략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며 “4개월 만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운 정책 등을 밝힌다는 것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