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국내 첫 ‘병동 전체 음압 시스템’ 가동

입력 2020-03-17 15:16 수정 2020-03-17 18:09
서귀포의료원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동 장비'. 병동이나 특정 층 전체를 음압시킬 수 있다. 병실 내에 송풍기를 설치하는 기존 이동형 음압기 방식보다 환자에게 들리는 소음이 적다.

일반병동을 음압병동으로 간단히 바꿀 수 있는 ‘이동형 음압병동 장비’가 국내에서 처음 제주 서귀포의료원에 설치됐다. 일반병실을 음압병실로 전환·해제하는 작업이 비교적 수월해 급작스러운 감염병 확산시 전용 치료실 부족 사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제주 서귀포의료원에 따르면 음압병실은 내부 기압을 낮추고 공기의 흐름을 한쪽으로 유도해 병원균과 바이러스의 이동을 막는 특수격리병실이다. 환자의 오염원이 의료진이나 다른 환자에게 전파되는 것을 차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현재 8000명을 넘어섰지만 음압병실은 1200여개에 불과해 일부 지역에서는 확진자가 입원 차례를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귀포의료원은 지난 10일 이동형 음압병동 구축 장비를 활용해 음압병상 48개(13실) 설치를 완료했다. 복도를 따라 들어선 여러 병실 전체를 음압병동으로 전환하는 형태다.

장비는 헤파필터가 장착된 1개의 음압장비(송풍기)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텐트형 차단막으로 구성된다. 병실 입구나 복도에 설치하면 병동이나 특정 층 전체를 음압상태로 유지시킨다.

서귀포의료원에 이동식 장비가 적용된 곳은 4층 1개 병동 전체로, 13개 병실 48병상을 동일한 음압환경 내에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설치 후 차압 수준은 -6.2pa(파스칼)로, 일반적인 음압병실 설치 최저기준인 -2.5pa보다 안정적이라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설치 비용이 개별 음압병실을 만드는 것보다 저렴하고, 일반병동을 음압병동으로 전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짧다는 이점이 있다. 1인실에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할 경우 소음이 커 환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문제도 해결한다.

제주지역의 경우 확진자가 현재까지 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지만 지역 감염 확산시 전파 속도가 빠른 만큼 대비 차원에서 음압병상 간이 확보 시스템을 갖추고 가동에 들어갔다.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시설 중 해당 장비를 도입한 곳은 서귀포의료원이 유일하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 때 전북대병원에 설치한 적은 있으나 가동없이 시연에 그쳤다.

의료원 측은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일 때까지 음압병동을 운영하고 이후 다시 일반병동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해당 장비는 접어 창고에 보관한다.

서귀포의료원 원창석 총무과장은 “기존에 음압병상 3개가 있었는데 제주도가 병상을 더 확보하도록 해 음압병상 설치 방식을 고민하다 소음이 적은 이동형 음압병동 장비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환자 발생 수에 따라 다른 병동들도 이 장비를 이용해 음압병동으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