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오페라 “도밍고 성추행 의혹 확인”…유럽 음악계 촉각

입력 2020-03-11 10:12
세계적인 테너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 AFP 연합뉴스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9)의 성추행 의혹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는 그가 21년간 예술감독을 맡았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오페라의 발표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LA오페라는 10일(현지시간) 도밍고가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믿을만한 10건의 고발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LA오페라는 “피해 여성들은 (도밍고의 행동으로) 불편함을 느꼈다는 반응부터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증언을 했다”며 지난 반년간 진행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별 고발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LA오페라는 도밍고의 이러한 행동이 LA오페라 출연이나 고용에 따른 ‘퀴드 프로 쿼’(대가성 거래)였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도밍고는 1998년 LA오페라 예술감독에 취임한 데 이어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감독을 맡았다.

앞서 LA오페라는 지난해 8월 미국의 대형 로펌 ‘깁슨 던 앤 크러처’ 소속 데브라 웡 양 변호사에게 의뢰해 도밍고에 제기된 성희롱 의혹에 대해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밍고는 고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LA오페라는 도밍고가 이번 조사에 협조했으나 “원하지 않은 접촉에 대한 모든 고발을 부인했고 모든 관계는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성추행 폭로가 나온 뒤 미국 음악계가 곧장 도밍고를 퇴출한 반면, 유럽 음악계는 LA오페라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겠다며 지지 입장을 유지해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발표에 유럽 음악계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LA오페라의 조사 결과는 오페라계 최고 스타 중 한명인 도밍고의 경력에 있어 매우 중대한 시점에 발표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오페라노조(AGMA)는 지난달 25일 도밍고가 여가수 등에게 추파를 던지며 희롱하는 것에서부터 음악 작업장 안팎에서 성적으로 치근덕거리는 등 여러 형태의 성희롱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