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임선혜는 오는 29일~3월 1일 일본 요코하마시의 가나가와현립음악당에서 열리는 헨델의 오페라 ‘실라’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이 작품은 파비오 비온디가 지휘하는 에우로파 갈란테의 연주로 일본 내에서도 음악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유럽에서 체류하던 임선혜는 22일 요코하마에 도착해 이튿날부터 출연자들과 리허설 등 공연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임선혜는 26일 가나가와현립음악당으로부터 공연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날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정부대책회의에서 향후 2주간 대규모 문화·스포츠 이벤트의 중지 및 연기 또는 규모 축소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앞으로 1~2주간이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대규모 문화·스포츠 이벤트의 경우 감염 위험이 큰 만큼 정부가 중지 혹은 연기라는 이례적인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요청에 따라 신국립극장 등 국립 극장들은 이날 3월 15일까지 예정된 기획공연들의 취소를 발표했다.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등도 휴관에 들어갔다. 이들 기관은 3월 16일 이후 문부과학성과 협의해 향후 재개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립 예술기관 이외에 현립·시립 예술기관 역시 정부의 요청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민간 단체에서도 정부 방침을 따라 공연을 취소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일본 최대 뮤지컬 단체인 극단 시키는 정부 방침에 응해 27일부터 3월 8일까지 전국 시키 극장의 모든 공연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또 대중음악 분야에서 일본 그룹 퍼퓸과 에그자일(EXILE)이 26일 각각 도쿄돔과 교세라 공연을 취소했고, 가수 후쿠야마 마사하루 역시 3월 19~22일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예정됐던 콘서트의 중지를 발표했다.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가 3월 4~5일 도쿄돔에서 예정됐던 공연을 4월 15~16일로 연기하는 등 일본의 돔과 아레나 등에서 예정됐던 대규모 콘서트들이 26일부터 취소 또는 연기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다만 민간 단체의 경우 갑작스런 공연 취소로 인한 피해가 크기 때문에 공연을 계속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일본 공연계 최대 제작사 도호는 ‘엔드리스 쇼크’ ‘천보 12년의 셰익스피어’ 등 뮤지컬과 연극의 공연을 취소 없이 진행하고 있다. 또 일본무대예술진흥회(NBS) 역시 27일~3월 8일 예정된 파리오페라발레의 ‘지젤’ ‘오네긴’ 공연을 예정대로 실시한다. 다만 도쿄 분카무라는 영국 로열발레학교, 러시아 바가노바 아카데미 등 세계 명문 발레학교 6곳이 참가하는 ‘오차드 발레 갈라: 세계 명문 발레학교의 향연 2020’ 및 오디션을 일본 정부 발표에 앞서 취소한 바 있다. 이들 발레학교 학생들의 부모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일본 방문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초 스위스 취리히 아카데미는 한국 출신 무용수 겸 안무가 김세연의 ‘볼레로’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한편 스포츠 분야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 연기 및 취소 또는 무관중을 속속 발표하고 나섰다. 일본농구연맹은 28일부터 3월 11일까지 예정됐던 리그 99경기를 연기하한다고 발표했다. 또 일본프로야구 12개 구단은 이날 3월 20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시범경기 72경기를 모두 무관중으로 진행한다로 발표했다. 일본스모협회도 다음 달 1일 이사회를 소집해 8일 오사카에서 개막하는 봄철 대회를 진행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져부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