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습’…“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먼저 타결하자”

입력 2020-02-26 05:44
미국, 방위비 협상 늦어지자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으로 압박
정 국방, 한미 국방장관 회담서 “인건비 먼저 타결” 제안
미국 수용 여부 최대 관심사…미국, 현재까진 기존 입장 유지
한·미 국방장관, 방위비 놓고 이견 재확인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뉴시스

정경두 국방장관은 24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에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부터 먼저 타결하자”고 제안했다. 정 장관의 제의를 미국이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9000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을 무기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 장관은 한·미 방위비 협상이 늦어지더라도 한국인 근로자 임금 문제만 따로 떼어내 먼저 해결하자는 단계적 해법을 미국 측에 제시한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 장관은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문제와 관련해 “주한미군에 예산이 있다면 지원해줄 것을 말씀드렸고 혹시 안 된다고 하면 작년 수준으로 편성된 분담금 예산 중에서 조건부라도 인건비를 먼저 타결하고 (협상을)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크 에스퍼 장관은 “정 장관과 나는 곧, 가급적 3월말 전에 합의에 도달하길 희망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4월 1일부터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급휴직을 시작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임금, 미군기지 내 건설비, 군수 지원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나머지 사항에 대해 계속 협상하자는 단계적 협상론을 미국에 제안한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지연되자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4월 1일부터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정 장관이 단계적 협상론을 꺼낸 것은 한국인 근로자들의 생계 문제와 함께 한국인 근로자 무급 휴직 상황이 한·미 대비태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도 방위비 협상이 타결 시한을 넘긴 적은 있었지만,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급휴직이 단행된 적은 없었다.

한·미 국방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양국 간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에스퍼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공동방위 비용을 떠맡는 것이 미국 납세자에게 불균형적으로 돼어선 안 된다”면서 “한국은 방위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정 장관은 “에스퍼 장관과 본인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에서 상호 윈윈하는 방향에서 조속하게 타결돼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한·미가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외에도 다양한 직·간접적 방법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에 기여해오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면서 “기본적으로 한국도 예년보다는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생각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대폭 인상과는 아직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