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에 한국인 입국 제한 늘어… ‘코리아 포비아’ 우려

입력 2020-02-23 18:03
이스라엘로 가는 중에 입국 금지를 당한 한국인 승객들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세계 각국이 한국 여행객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강화하고, 한국 여행 자제령을 내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우리 정부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한국인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취했다. 감염 확산세를 조기에 막지 못한다면 ‘코리아 포비아(한국인 공포증)’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가 이스라엘, 바레인,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등 5개국이라고 23일 밝혔다.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등 3개국은 코로나19 미발생국에서 14일간 체류하고 미감염 사실을 입증할 경우 제한적으로 입국 허가를 내주도록 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바레인은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2일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 정부에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다. 때문에 당일 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착륙했던 대한항공 여객기는 이스라엘 국민을 제외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한국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현지 언론인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현재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약 1000명의 한국인 관광객은 투숙 중인 호텔에 남아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필요할 경우 이스라엘 내 한국 여행객들을 조기에 귀국시키기 위한 대책 등을 수립·시행할 계획이다.

영국과 브라질, 브루나이 등 8개국은 한국을 포함한 코로나19 발생국에서 온 여행객에게 2주 이상 자가 격리를 지시하거나 건강 검진을 실시하는 등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 시 주의를 당부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한국과 일본에 여행경보 4단계 중 2단계를 발령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3단계로 나눠진 자체 여행경보 중 2단계를 한·일에 내렸다. 여행경보 2단계는 한국 여행을 금지하지 않으나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는 뜻이다. 대만 정부 역시 한·일의 여행경보를 2단계 ‘경계’로 격상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한 대구와 경북 청도를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 자국민 방문을 자제하도록 안내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