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참고인의 소환 시점을 4·15 총선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 13명을 기소한 뒤에도 수사를 계속해 왔는데, 주요 인물의 소환 사실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해석될 것을 경계해 이처럼 결정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활동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던 백모 수사관의 휴대전화는 아직도 비밀번호로 잠긴 상태로 해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4·15 총선 이전에는 조 전 장관 등 추가 수사 필요성이 있는 인물들을 검찰청으로 부르지 않기로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짧게 말했다.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든 시점에 검찰의 새로운 소환이나 강제수사 사실이 알려지게 될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와 결부된 시비가 불가피하며, 이를 피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 후보가 경찰의 하명 수사 속에서 낙선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소통 속에서 당선된 사건이다. 울산지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을 수사하던 울산경찰청 측에 여러 차례 보완을 지휘했지만, 경찰이 끝내 기소의견을 고집한 것이 검찰이 의구심을 갖게 된 최초 동기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이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다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소환 조사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이유를 “한쪽 진영에서는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부른다’고 할 것이고, 또다른 진영에서는 ‘누굴 부른 것을 보니 실체가 더 명확해졌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스스로 정치적 해석의 쟁점을 제공하는 일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총선 전까지는 국민적 선택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 일을 자제토록 수사팀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 등이 기소되면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는 관측도 일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윤 총장부터가 “끝까지 간다”고 주변에 말했고, 수사는 중간 단계로 봐야 옳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도 “지난달 말 시점을 기준으로 혐의가 입증된 이들에 대해서만 공소장이 작성된 것”이라고 했다.
울산 지역사회에서 활동했다는 말이 돌았던 정보조직 ‘무거동팀’에 대해서도 검찰이 실체 규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무거동팀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 지역에서 부적절한 정보 활동을 벌인 것으로 지목된 조직인데, 검찰은 풍문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소문이 많았지만 정확한 진술이 없는 부분에 매달릴 수는 없었다”면서도 “규명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여전히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 백모 검찰 수사관의 아이폰 휴대전화의 비밀번호 해제를 시도 중이다. 검찰은 이스라엘의 정보통신(IT) 기업인 ‘셀레브라이트’사에서 들여온 기기를 통해 수백억가지의 경우의 수를 자동 입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